http://www.vop.co.kr/A00000425352.html

“한반도 평화의 정답을 찾아라” 2011 통일골든벨 현장을 가다

20일 부산 벡스코 컨벤션홀 3층.. 800여 참가자 몰려 열기 ‘후끈’

김보성 기자 press@vop.co.kr 입력 2011-08-21 00:24:16 / 수정 2011-08-22 10:22:05
부산서 열린 2011 통일골든벨.. 열기 '후끈'

20일 부산서 열린 2011 통일골든벨.. 열기 '후끈'. 참가자들이 벡스코 3층 컨벤션홀을 가득 메우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2011 통일골든벨

"개성공단, 우리가 정답이예요" 20일 저녁 6시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1 통일골든벨에 참가한 한 팀이 문제의 정답을 화이트보드에 적어 내보이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2005년 4차 6자회담에서 발표된 9·19성명에서 ‘당사국들이 별도의 포럼을 통해 이것을 협상’하기로 합의한 바 있는데 이것은 무엇일까요?”

20일 저녁 벡스코 3층 컨벤션홀 통일골든벨 행사 현장. 문제가 던져지자 곳곳에서 머리를 싸매고 정답 찾기에 골몰한다. 화이트보드에 적혀야 할 문제의 답은 ‘평화협정’. 정답이 공개되자 곧바로 희비가 엇갈린다. 한쪽에선 탄식이 흘러나오고, 답을 맞힌 참가자들은 만세를 부른다. 그렇다고 탈락한 참가자들의 표정에서 실망스런 모습은 없다. 무슨 이유일까? 전국의 대중적 통일사업의 모범으로 꼽히는 부산 통일골든벨 현장을 <민중의소리>가 다녀왔다.

300여 개 참가팀이 펼치는 뜨거운 현장.. 통일골든벨의 주인공은?

이날 저녁,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벡스코 3층이 난데없이 수험생으로 북적인다. 3층 한쪽 편을 가득 메운 사람들. 고시준비생들이 따로 없을 정도로 얼굴을 책에 파묻은 대학생, 아이와 예상문제를 푸는 엄마, 손을 꼭 잡고 준비해온 자료를 읽어보는 연인들. 마치 시험을 앞둔 수험생의 모습처럼 다채로운 모습이 눈에 띈다.

저녁 6시부터 이곳 컨벤션홀에서 통일골든벨 행사가 열리는 것. 행사장 앞 안내보드에는 이미 참가자 명단이 빼곡하게 붙여져 있다. 신청한 참가자만 600여 명, 2인 1조 방식으로 진행되니 무려 300여 개 조가 넘는다. 응원 온 참가자들까지 합치면 전체 규모는 800여 명에 달했다.

6시가 넘어서면서 주최 측이 “입장을 시작한다”고 공지사항을 전달하자 그 많던 수험생들이 우르르 컨벤션홀로 들어선다. 어느새 행사장을 가득 메운 참가자들. 모두 2인 1조로 손을 잡은 채 ‘통일골든벨 00번’ 명찰을 달고 자리를 잡았다. 행사장 뒤편엔 응원하러 온 가족들과 동료가 앉았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곳은 부산지역 10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6·15남측위 부산본부. 이 때문에 참가자들도 여성·노동·환경·통일·시민 단체 회원들부터 대학생, 학부모, 교사, 일반시민, 네티즌까지 무척 다양했다.
 
딸아이와 함께 참여한 전미경(42) 씨는 “교재가 초등학교 아이들도 읽기 쉬울 만큼 좋아 자연스럽게 통일에 대해 접근할 수 있게 됐다”며 “우리보다 못사는 북한에 대한 인식에서 벗어나 통일이 되면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참가 의의를 전했다. 엄마 곁에서 이번 통일골든벨 교재 ‘행복한 통일이야기(안영민 저)’를 보던 문정원(11) 학생은 “오늘 꼭 1등 할 거예요”라며 웃음 띤 얼굴로 각오를 밝힌다.
 
대학생들은 어떤 각오를 하고 있을까? 자신을 통일동아리 회원이라고 밝힌 김유진(25, 부경대) 씨는 “작년에도 출전했는데 올해 다시 나왔다”면서 “통일과 북한에 대해 재밌고 쉽게 풀어놓은 교재 덕택에 북한 인구숫자까지 달달 외웠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숫자까지 모두 외운 덕택에 김 씨는 “오늘 1등까지 가능할 것 같다”며 한껏 기대감에 부푼 모습이다.

네티즌도 통일골든벨을 울리기 위해 참가자 자격으로 이곳을 찾았다. 부산희망촛불 회원이라고 밝힌 문배수(47) 씨는 “골든벨을 준비하기 위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지난 10년간 통일정책의 성과를 도로아미타불로 만든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분노가 일었다”며 ”반드시 통일골든벨도 울리고, 통일정책의 변화를 위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잘 치르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반도 평화, 남북관계 정상화의 정답을 찾아라. 2011 통일골든벨을 평양인민대학습당에서 열공하고 있는 북의 동포들에게 들릴 만큼 큰 함성과 박수로 시작하겠습니다”

윤용조 통일을여는사람들 정책연구원 부원장 사회로 통일골든벨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바로 이어 도한영 6·15남측위 부산본부 사무처장이 지켜야 할 대회 규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생각외로 준수해야 할 항목이 많다. 문제는 모두 31개. 30문제를 거쳐 마지막 남은 1문제까지 마저 풀면 골든벨을 울리게 된다. 대거 탈락하는 참가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패자부활전도 있다.

아예 휴대전화는 꺼내지 못한다. 답안을 수정하는 것은 물론 뒤편에 앉아 있는 관중과 의사교환도 불가하다. 다른 조의 답을 엿볼 경우 바로 실격처리 된단다. 주최 측의 요청에 따라 소지한 모든 물품은 준비된 검은비닐봉투에 담겼다.

첫 번째는 1987년 착공되었다가 사회주의 경제권이 붕괴되면서 공사가 중단됐던 평양 105층 류경호텔에 대한 문제. 류경호텔은 최근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 텔레콤'의 투자로 오는 2012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 최근 뉴스로 많이 알려진 건물명이어서 참가자 전부가 통과하는 기염을 토한다.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에서 남북이 합의한 3대 원칙 중 하나로 사상과 이념의 차이를 앞세우는 것이 아닌 동질성으로 단합하는 것은 무엇인지 묻는 문항도 나온다. 정답은 무얼까? 바로 ‘민족대단결’이다.

아무래도 통일골든벨 초반이라 문제가 쉬운 편이다. 특히 교재가 쉽게 쓰여 있어 충분히 공부했다면 1번부터 10번까지 문제는 무난하게 통과할 것이라는 것이 주최 측의 예상이다.

'열공' 중인 2011 통일골든벨 참가자들

20일 6.15부산본부 주최로 열린 2011 통일골든벨 시작에 앞서 교재를 보며 '열공' 중인 2011 통일골든벨 참가자들. 이날 통일골든벨은 끝내 울리지 못했지만, 이 참가팀은 행사를 다 끝낸 이벤트로 낸 골든벨의 정답을 정확하게 써내 주변을 놀라게 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부산 2011 통일골든벨 행사

"우리 탈락했어요" 부산 벡스코에서 20일 열린 통일골든벨 행사에서 탈락한 참가팀이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행사장 뒷편으로 가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2011 통일골든벨

20일 부산서 6.15남측위 부산본부 주최로 2011 통일골든벨이 열린 가운데, 패자부활전에서 문제를 맞힌 한 참가팀이 환호를 보내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탈락해도 기분 좋아요.. 결과보다 참가과정이 의미있는 사업"

그러나 복병을 만났다. 바로 7번 문제. 예시된 것과 북의 현실과 다른 것을 고르라는 문제에 무려 절반 이상의 참가자가 탈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오답을 적은 화이트보드를 든 채 행사장 뒤로 나가는 탈락자들이 발을 ‘동동’ 구른다.

10번부터 20번 문제로 이어지면서 제출된 통일골든벨 문제의 난이도가 점점 올라갔다. 덩달아 탈락자도 참가자의 3분의 2를 넘어섰다. 탈락자 중 1명인 김용환(24, 경남대) 씨는 “의외의 문제가 나와 결국 틀렸다”며 “설명을 듣고 나니 알만한 내용인데 너무 아깝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김 씨는 “참가 자체가 의미가 있는 행사인데다 교재를 읽고 통일골든벨 문제를 풀면서 ‘통일’에 대한 생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아 탈락해도 기분은 좋다”고 말했다.

부산여성회로 참가한 조영은(36) 씨도 “골든벨을 울리며 정말 공부를 열심히 했다”면서 “그런데 동해선이 기억이 안나서 결국, 틀렸다”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탈락했지만 조 씨는 “통일운동을 하면 보통 선언적 주장으로 그치거나, 대중을 상대로 한 사업에서 그저 당위성을 강조하기 쉬운데 통일골든벨 사업을 통해 모르던 사실은 물론 통일의 필요성과 요구를 진정으로 느끼고 있다”고 고백했다.

“미국 전략문제연구소 태평양 포럼에서 북의 만화영화 산업을 잠재력이 수익성이 높은 투자 유망분야로 꼽았다는데 북이 참여하지 않는 영화는 무엇일까? ⓵로빈슨 가족⓶더심슨스⓷게으른 고양이 딩가⓸라이언킹⓹개구쟁이 뽀로로”

14번 문제의 정답은 1번 로빈슨 가족이었다. 결과가 공개되자 정답을 틀린 참가자들이 “유명한 애니메이션인 라이언킹도 북한에서 제작했구나”라며 크게 놀란 모습을 보였다.

24번째 문제로 접어들면서 드디어 다섯팀이 남았다. 이들은 과연 골든벨을 울릴 수 있을까? 이번엔 사실과 다른 것을 맞히는 문제가 선보였다. 대북교류제제인 5·24조치와 연평도 포격사건, 6·15공동선언에 합의된 낮은단계의 연방제의 정의, 김일성 주석과 언론의 인터뷰 등에 대한 객관식 문항을 내고 틀린 것을 찾아야 하는 것.

갑자기 긴장감이 흐른다. 화이트보드에 적는 참가 팀들. 드디어 정답이 공개된다. 답은 1번과 3번. 아깝게 모두 오답이다. 결국, 2011년 통일골든벨에서 그 어떤 팀도 마지막 문제까지 진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다섯팀은 순위를 결정하는 마지막 문제를 풀었다. 북의 공장 또는 기업소의 직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서 순위가 판가름났다. 어떤 팀은 ‘지배인’, ‘기술장’으로 썼고, 아예 한 팀은 정답을 쓰질 못하고 눈물을 삼켜야 했다.

이 결과와 추첨을 통해 마지막 1위 팀은 김은규 교사(금곡고 국어) 팀으로 정해졌다. 2위는 박진석(26, 한의사) 씨 팀, 이어 3위 장영미(31, 통일여성회) 씨 팀, 4위 윤창호(47, 통일사) 팀, 5위 조문경(31, 통일사) 씨 팀 순으로 결정됐다. 이들에겐 모두 넷북과 24인치 LDE모니터 등이 부상으로 주어졌다.

비록 골든벨을 울리진 못했지만, 영예의 1위를 차지한 김은규 교사는 “골든벨 준비를 위해 독서토론도 하고 자체퀴즈대회까지 거쳤다”며 “통일에 대한 긍정적 영향은 물론 북한 사회에 대한 이해까지 객관적으로 도움이 많이 됐다”고 평가했다. 덧붙여 그는 “기회가 된다면 우리학교 학생들과 함께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2011 통일골든벨 문제 "이것은 무엇일까요"

2011 통일골든벨 문제 "이것은 무엇일까요"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전국의 대중적 통일사업의 모범으로 떠오른 ‘부산 통일골든벨’

올해로 2회째인 부산 통일골든벨. 지난해 폭발적 인기를 얻으며 행사가 열리자 전국의 대중적 통일사업의 모범으로 떠올랐다. 전북지역에서는 부산에서 열린 통일골든벨 행사를 벤치마킹하는 일도 있었고, 창원 등 다른 지역에서도 올해나 내년 비슷한 행사를 계획 중이다.

일부 관변단체 주도로 열리는 통일골든벨 행사가 초·중·고등학교를 동원한 ‘기계적 참여’라면, 부산지역 시민사회진여이 마련한 통일골든벨 행사는 철저히 ‘자발적’이며 ‘준비된’ 행사다. 통일골든벨을 울리기 위해 다양한 참가자들이 몰려들고, 이 과정에서 ‘강독회’, ‘토론회’, ‘독서회’, ‘모의 퀴즈대회’ 등이 몇 달간 자연스럽게 열린다. 이 때문에 참가자들은 골든벨을 거치며 마치 통일전문가가 된 기분이 들 정도다. 따라서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시된다.

이에 대해 이정이 6·15남측위 부산본부 상임대표는 “통일골든벨은 통일교육의 활성화 취지에서 작년부터 시작된 이후 선풍적 인기를 끌었고 올해 참가자와 규모도 더 커졌다”며 “이제는 부산의 대중적 통일행사로 자리잡았다”라고 평가했다.

이번 행사엔 배다지 민족광장 상임대표, 박정기 전 유가협 회장, 방영식 부산예수살기 목사, 박영관 민주공원 관장 등의 각계 인사들도 함께했는데, 통일골든벨 행사를 끝까지 유심히 지켜본 박영관 관장은 이렇게 말했다.

“생각보다 문제가 수준급이다. 단순 사실과 명칭 등의 정보 뿐만 아니라 개념과 내용까지 폭넓고 내용 있게 문제가 출제됐다. 통일이란 단어가 가깝고도 멀지만, 통일골든벨을 통해 직장인과 가족, 연인, 대학생 등 많은 사람이 함께 그 중요성을 공유하는 자리로 만들어졌다. 참가자들 모두 상당히 준비했을 텐데 이러니 통일교육에 도움되지 않을 수가 없다”

통일골든벨 행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박 관장은 “관중과 참가자가 분리된 것은 아쉽다”며 “체육관과 같은 곳에서 행사를 치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을 던지기도 했다.

부산본부의 한 관계자도 부산지역의 통일의식 향상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 관계자는 “6·15와 8·15 평화주간의 마지막 대중행사 격으로 치러졌다”며 “교재를 들고 몇 달간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누구든 놀랄 정도다. 참가를 해본 사람이라면 한목소리로 통일교육에 큰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고 부끄러운 웃음을 지었다.

'열공'중인 2011 통일골든벨 참가자들

6.15부산본부 주최로 2011 통일골든벨이 8월 20일 부산 벡스코 3층에서 열린 가운데, 행사 시작 전 '열공' 중인 2011 통일골든벨 참가자들의 모습.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골든벨 1등 할거예요"

"통일골든벨 1등 할거예요" 6.15부산본부 주최로 2011 통일골든벨이 8월 20일 부산 벡스코 3층에서 열린 가운데, 한 참가팀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2011 통일골든벨

"정답은 문익환 목사님" 2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1 통일골든벨에서 한 참가팀이 문제의 답을 맞추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평양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류경호텔"

평양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류경호텔" 20일 벡스코에서 열린 2011 통일골든벨에 참가한 팀이 문제의 답을 높게 치켜들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2011 통일골든벨

2011 통일골든벨에서 한 참가팀이 정답을 화이트보드에 써 들고 있다. 이날 행사는 6.15부산본부 주최로 20일 저녁 6시 부산 벡스코 3층에서 열렸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2011 통일골든벨

"지혜, 윤미 힘내라" 20일 부산 벡스코서 열린 통일골든벨 행사에서 한 참가팀의 동료들이 알림판을 만들어와 응원을 펼치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2011 통일골든벨

2011 통일골든벨 '빈자리'. 통일골든벨 행사가 2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가운데, 탈락한 팀의 자리가 비어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2011 통일골든벨 1위-5위 수상자들

20일 저녁 6시부터 2011 통일골든벨이 부산 벡스코 3층에서 열린 가운데, 1위-5위 참가팀이 무대 앞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이날 모든 참가팀이 26번째 문제에서 탈락하면서 2010년이 에어 아무도 골든벨을 울리지 못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