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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백두산 화산' 민간회의 시작...대화재개 물꼬 틀까?

정지영 기자 jjy@vop.co.kr 입력 2011-03-29 12:01:43 / 수정 2011-03-29 12:37:25
 
'백두산 화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남과 북의 민간 전문가들이 29일 오전 경기도 문산 도라산 남북 출입사무소에서 만났다.

이날 남북 협의는 '백두산 화산' 문제를 다루는 민간 차원의 협의지만, 이후 자연스럽게 당국 간 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남북, 백두산 화산 협의 시작= 이날 북측 단장인 윤영근 화산연구소 부소장 등 3명의 대표단을 포함, 북측 일행 13명은 군사분계선을 넘어 8시 50분께 남북출입사무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입경장에 나와있던 유인창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남측 단장) 등 남측 대표단이 이들을 맞았다.

백두산 화산 민간협의

백두산 화산 문제를 다룰 남북전문가단협의가 29일 오전 경기도 문산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열렸다. 회의에 앞서 우리측 경북대 지질학과 유인창 교수(오른쪽)와 북측 화산연구소 윤영근 부소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어 오전 10시 6분께 남북 민간 전문가회의가 시작됐다. 북측은 회의 앞부분 환담에서 일본 대지진에 따른 방사능 오염 피해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등 일본 대지진 상황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북측 단장인 윤 부소장은 "통신 자료를 보니 남측에서도 일본에서 온 방사능 오염이 있었던 것으로 들었다"고 물었고 우리측 단장인 유 교수는 "조금 감지된 정도이며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극히 미량"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측 윤 단장은 "우리도 방사능 오염이 우리측에 미칠 것 같아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있다"면서 "이번에 일본에서 지진이 있은 다음 우리 지하수 관측공에서 물이 약 60cm 출렁거리고 샘물에서 감탕(흙탕물)이 나오는 현상이 많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역시 가까운 곳에서 지진이 나니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고, 우리측 유 단장은 "우리 국민도 관심이 대단히 많고 염려하고 있으며, 특히 백두산 화산 관련 협의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잘 정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회의는 오후 5시께 종료될 것으로 보이며 우리측 대표단은 회의를 마친 후 자세한 내용을 브리핑 할 예정이다.

◆北 협의 제안 배경은?= 남북은 이날 회의에서 백두산 화산과 관련한 공동연구와 현지답사, 학술토론회 등 협력사업 추진방안을 집중 협의한다.

백두산 화산 협의 북측 단장

백두산 화산 문제를 다룰 남북전문가단협의가 29일 오전 경기도 문산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열린 가운데, 윤영근 북측 단장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와 관련, 북측이 백두산 화산 협의를 적극 제의해온 배경도 관심을 모은다. 백두산 화산 문제에 신속한 대처가 필요할 정도로 폭발의 징후가 뚜렷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지진 전문가들도 지난해부터 백두산 인근 지역에서 화산가스이산화황이 분출되고 있다면서 백두산 화산 폭발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946년 대규모 분화를 시작으로 1688년, 1702년, 1903년 재분화한 백두산이 2014~2015년 재폭발할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부산대 윤성효 교수는 지난해 10월 대한지질학회 발표에서 "백두산 화산 폭발의 징후가 뚜렷하고 크기는 아이슬란드 화산의 10배 규모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백두산 화산이 다시 폭발할 경우 함경도 일대 등 북한 지역은 물론이고 남측에도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동아시아 일대 기온이 2개월간 2℃ 가량 내려가 농업, 보건 등에 다양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처럼 백두산 화산 문제는 남북 모두의 관심이 높은 이슈이기 때문에 북측이 처음 협의를 제의했을 때 정부는 "남북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바 있다.

◆당국간 회담 '간보기'?= 아울러 이날 회의는 백두산 화산 문제를 다루는 민간 차원 협의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자연스럽게 당국간 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도 크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앞서 지난 24일 백두산 화산 민간 협의가 "착실히 진행된다면 협의의 수준과 내용이 향후 차원을 달리해 발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당국 간 협의로 발전할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백두산 화산협의 남측 단장

백두산 화산 문제를 다룰 남북전문가단협의가 29일 오전 경기도 문산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열린 가운데, 유인창 남측 단장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뉴시스

북측은 처음 백두산 화산 협의를 제안할 때 지진국장 명의로 우리측 기상청장에게 전통문을 보내 사실상 당국간 회의를 제의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민간 협의'를 역제의했지만 필요하다면 당국간 협의를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또 협의 진척시 공동조사나 설비 지원에 정부 예산을 지원할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

지난 2월 군사실무회담 결렬 후 남북 대화가 중단된 상태에서, 남과 북 모두 비교적 부담이 적은 의제와 대화형식의 이날 회의를 서로의 속내를 타진하는 장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올초부터 대화공세를 펼치고 있으며, 정부가 연평도 포격사건 후 중단했던 영유아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순수 인도적 대북지원 재개를 최근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처럼 백두산 화산 민간회의가 잘 될 경우 남북대화 재개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회의 결과가 주목된다.
정지영 기자 jjy@v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