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이 암시하는 '두 가지 사실'
<장창준의 통일돋보기28> 한국정부.언론의 천박함이 드러난 희대의 외교 굴욕
2010년 05월 11일 (화) 16:51:13 장창준 tongil@tongilnews.com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중국이 크게 부딪쳤다. 한국 정부의 불만은 ‘어떻게 중국이 그럴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은 ‘너나 잘하세요’라는 입장이다. 중국의 내정이라는 것이다.

김정일 방중으로 무너진 공든 탑, 분노를 표출하는 한국 정부와 언론

이명박 정부가 분노할 만도 하다. 얼마나 공을 많이 들였던가. 천안함 사건 이후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을 미국에 보내 ‘천안함 원인 규명 전 북미 양자 접촉 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약속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같은 ‘성과’에 힘입어 이명박 정부는 중국과의 ‘천안함 협력’을 모색했다. 4월 워싱턴에서 진행된 핵안보정상회담에서 한국과 미국 정부는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한미 간에 협의한 내용을 중국에 전달하고 6자회담 재개 문제는 천안함 사건의 원인이 규명된 뒤 논의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중국 측에 밝혔고, 중국도 이를 받아들였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의 입장에서 4월 30일 개최된 한중 정상회담은 ‘한중 천안함 협력’의 절정판이었다. 이 대통령은 후 주석을 만나 천안함 사건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중국과 한국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인 만큼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가 나오면 중국의 협조를 기대한다”며 중국의 ‘천안함 협력’을 요청했다. 후 주석은 위로의 뜻을 포하고 “한국 정부가 이번 사건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조사하고 있는데 대해 평가한다”고 발언했다.

사실 후 주석의 이같은 발언은 지극히 원론적인 외교적 수사였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진지한 논의”였다며“이번 정상회담은 양국간 공식 협의의 첫 단추”라고 평가했다. 미국과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 외교적 개가를 이뤘다고 생각했을 것이며, 중미의 협력을 견인차로 해서 국제적 협력 즉 ‘천안함 대북 압박’을 가속화할 수 있는 틀이 마련되었다고 평가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공든 탑이 김정일 위원장 중국 방문으로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분노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언론의 분노는 더 했을 것이다. 우선 한중 정상회담을 전후해서 나타난 주요 언론의 사설에 나타난 대(對)중국 기대감과 요구사항을 살펴보자.

□ 후진타오 주석이 북중 관계에 얽매여선 안 될 이유: “혹시라도 서해상에서 천안함 사태 같은 해상 테러가 또 일어날 경우 중국의 국익도 손상을 입을 수 있다.” <동아일보> 4.27일자

□ 중국이 국제사회의 존경을 받으려면: “중국이 미국과 함께 세계를 이끄는 양극국가가 되려면 국제사회의 평화와 지역사회의 안정을 위협하는 행태에 눈을 감아서는 안된다.” <세계일보 > 4.28일자

□ 천안함 사건, 중국의 적극 협죠 유도를: “역내 핵심 국가로서도 역내의 긴장유발 행위를 제어·응징하고 안정과 평화 유지에 기여해야 할 무거운 책임이 (중국에게) 있다. 천안함 사건 처리 과정은 중국에도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한국일보> 4.28일자

□ 한중 정상회담에 쏠리는 눈: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으로 밝혀질 때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를 추진하려는 마당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협력을 확보하려면 치밀한 사전 정지작업을 해야 한다.” <세계일보> 4.30일자

□ 후진타오에게 천안함 인식 분명히 시켜라: “차제에 중국 측에 북한의 소행임이 드러나면 우리 정부의 직접 대응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임을 천명해 둬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지 않고는 한반도의 안정이 깨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 중국이 북한의 도발에 제동을 걸려 하겠는가.” <서울신문> 4.30일자

□ 중국도 천안함 침몰의 피해 당사자다: “중국도 천안함 침몰의 피해 당사자라는 사실을 깨닫고 뒤처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중앙일보> 5.1일자

□ 한중 정상의 천안함 사건 대응 논의: “천안함 참사 주범에 대한 양국간 공식 협의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의 의미는 각별하다. 북한도 압력을 느꼈을 것이다.” <국민일보> 5.1일자


이번엔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 소식이 전해진 이후 사설을 보자.

□ 중국, 이번엔 북한에 따끔한 일침 놓아야: “한국민과 국제사회의 분노를 김정일에게 분명히 전해야 한다.” <중앙일보> 5.4일자

□ 중국, 천안함 사태 속에 김정일과 포옹할 것인가: “천안함이 아니더라도 노골적으로 핵보유를 주장하는 북한에 어떤 경제적 정치적 선물도 안겨선 안될 책무가 있다.” <동아일보> 5.4일자

□ 중국, 천안함 火藥 냄새 속에 대북지원 약속할 것인가: “중국이 북한의 말만 믿고 6자회담 복귀의 대가로 대규모 경제 지원을 약속한다면 그것은 책임있는 지역국가, 책임있는 세계 지도국가의 행동이 못된다.” <조선일보> 5.4일자


천안함 문제에 대해 중국의 ‘책임있는 역할’을 정부보다 더 앞장서서 강조했던 언론의 입장에서는 한중 정상회담 때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전에 알리지도 않고,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을 허용한 것에 대해 납득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보수 인사 역시 마찬가지다. 전 통일원 차관을 역임을 했던 김석우는 4월 29일 <중앙일보> 기고글 「상하이 한·중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에서 “중국은 북한의 (천안함 사건-필자주) 관련성을 상정했을 것”이라며 “중국이 (김정일 위원장의-필자주) 방중 연기를 요청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중국은 한국과 미국의 한반도 플랜에 대해 긍정적이고 우호적인 시각을 가질 때가 되었다”며 “(한중 정상이-필자주) 당연히 천안함 사건을 다루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소설가 복거일 씨는 5월 4일 <조선일보> 기고글 「“中.김정일 야합 안돼” 이젠 할 말 해야」에서 “이제 우리는 중국에 말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라고. 북한 정권처럼 사악한 정권을 돕는 것은 부도덕하다고. 국제적 제재에 동참하라고. 무엇보다도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도록 도운 나라인 만큼 중국은 북한 핵무기를 없앨 도덕적 책임이 있다고”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북중 정상회담은 정부의 기대도, 보수 언론과 보수 논객의 기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중국 외교부는 대변인을 통해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과 천안함 사건은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고 ‘천안함 북 소행설’에 대해 “일부 언론의 보도이고 추측”이라고 일축했다. “어떤 나라 지도자의 방문을 받아들이는 것은 중국의 주권 범위 내의 일”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김정일 방문 숨긴 중국, 전략적 동반자 맞나」<동아일보> 5.5일자, 「‘북한문제=중국문제’ 公式, 중국에 害 되는 날 올 것」<조선일보> 5.5일자, 「천안함 해결 없이 6자회담으로 건너뛸 수 없다」<중앙일보> 5.7일자, 「北-中, 6자회담 ‘눈속임 카드’로 국면 호도 말라」<동아일보> 5.8일자 등 제목만 봐도 그 내용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북중관계에 대한 노골적인 악감정을 드러냈다.

중국은 왜 ‘김정일 방중’을 허용했을까

앞서 언급했듯이 이명박 정부와 보수 언론은 ‘중국이 어떻게 그럴 수 있나’라는 질문만을 던지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 정작 던져야 할 질문은 ‘중국은 왜 김정일 방중을 허용했을까’이다. 보수 언론들이 지적했던 것처럼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으로 확정된다면 중국이 설자리는 없어진다. 보수 언론이 주장하는 것처럼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으로 확정된다면 중국 역시 북한에 대해 쓴소리를 내뱉지 않을 수 없다.

정확한 진상이 밝혀지기 전에 김정일 방중을 허용하는 행위가 자칫 ‘외교적 자살행위’가 될 수도 있는 문제였던 것이다. 그런데 왜 중국은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받아들였을까. 바로 이 점이 이번 북중 정상회담을 보는 키 포인트가 되어야 한다. 그저 단순한 ‘과거의 혈맹’ 관계라는 설명으로는 충분치 않다. 북한의 ‘대중국 구걸외교’의 결과라고 보기에는 ‘북한 소행설’이 확정되었을 때 중국이 받는 외교적 타격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결론은 간단하다. 중국 지도부는 ‘천안함 사건은 북한의 소행이 아니다’라는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김정일 위원장과 천안함은 별개”라는 논평을, ‘천안함 북 소행설’에 대해 “언론의 추측”이라고 자신있게 받아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어떻게 해서 이 같은 확신을 갖게 되었을까. 중국은 천안함 국제조사단에 참여하고 있지도 않다. ‘북 소행설’로 몰아가는 한국정부가 중국의 그 같은 ‘확신’에 일조했을 리 없다. 그렇다면 이것 역시 결론은 간단할 수 있다. 중국이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미국이 정보를 주었을 개연성이 있다.

4월 26일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천안함 침몰 사태와 관련해 중국 정부와 긴밀히 상의를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언론에서는(그리고 아마 한국 정부에서도) 대북 압박에 대해 긴밀히 상의를 하고 있다고 해석했겠지만 당시 커트 캠벨의 발언 어디에도 그 같은 해석이 가능할 단서는 보이지 않는다.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으로 드러나 안보리에 회부될 경우 한국에 도움을 줄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직 최종적이고 공식적인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발언했을 뿐이다. “증거를 찾지 못한다면 도움주기 어렵다”고 해석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리고 커트 캠벨은 “중국 정부에 가장 가까운 인사들이 이번 사건에 깊은 우려를 보내왔다”면서 “중국 정부는 이번 사건을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어떤 우려였을까.

이번엔 4월 23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발언을 보자. 클린턴 장관은 ‘북한 어뢰공격설’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한반도에서) 전쟁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응을 야기하는 행동이나 오판이 없길 바란다”고 발언했다. 문맥상 분쟁의 주체는 한반도이다. 그렇다면 이 발언은 북한만을 지칭한 것이 아니라 남북 당국을 모두 지칭한 것이다. 따라서 중국정부가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 우려 역시 남북의 충돌이다.

따라서 커트 캠벨의 위 발언은 미국도, 중국도 남북의 충돌을 원하지 않고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고, 남북의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중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한국 언론과(그리고 한국 정부의) 해석과는 전혀 다른 의미의 발언이었을 수 있는 것이고, 오히려 그렇게 해석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따라서 중국 지도부의 ‘김정일 방중 허용’은 천안함 문제에 대한 두 가지 사실을 확인시켜 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첫째, 미국과 중국은 천안함 사건으로 남과 북이 군사적으로 충돌하여 역내 긴장이 조성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둘째, 미국과 중국은 이같은 공통된 인식에서 출발하여 천안함 사건에 관한 정보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천안함 사건에 북한이 연루되어 있지 않다는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 지도부는 자신있게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초청하고 최고의 대우를 해주었으며 △양국 지도자 상호방문과 특사파견 등을 통한 고위층 상호 교류 유지 △내정 및 외교, 국제 및 지역정세, 국정운영 등 공동 관심사에 대한 전략적 소통 강화 △경제무역협력 심화 △문화, 체육, 교육 등 인문 교류 확대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해 국제 및 지역문제 협력 강화라는 5가지 항에 대해 김정일 위원장과 합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번 방중이 암시하는 첫 번째 사실이다.

미국은 ‘선 천안함 해결, 후 6자회담 재개’라는 한국의 입장과 의견이 일치하는가

한국 정부와 언론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맹신은 미국이 ‘선 천안함 해결, 후 6자회담 재개’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따져봐야 할 일이다.

<조선일보>는 5월 7일자 기사에서 「선 천안함, 후 6자회담 불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뽑았다. 미 국무부의 필립 크롤리 공보담당 차관보의 5월 5일 정례브리핑 내용을 다루고 있는 이 기사 어디에도 크롤리 차관보가 ‘선 천안함, 후 6자회담’이라는 발언을 했다는 내용은 없다. “조사 결과를 우선 지켜보자”며 “천안함 조사가 마무리되고 난 후, 그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결론을 내리겠다는 입장은 분명하다”는 것이 발언 요지였다.

“조사 결과를 우선 지켜보자”(Let’s get to the end of the investigation first)는 크롤리의 발언은 6자회담보다 천안함이 ‘우선’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천안함 대응(the response to sinking of Cheonan)에 우선해서 한국의 조사가 종결되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따라서 크롤리의 발언은 ‘선 천안함, 후 6자회담’의 입장을 밝힌 것이 전혀 아니었다. 기사 본문에 전혀 없는 내용을 제목으로 뽑은 것을 보면 다분히 의도된 오역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미 국무부 홈페이지 http://www.state.gov/r/pa/prs/dpb/2010/5/141541.htm 참조)

사실 이같은 의도된 오역 혹은 오보는 상당히 많이 발견된다. 5월 4일 <조선일보>는 「불편한 美... “中, 천안함 해결 때까지 訪中 거절했어야”」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마치 이 발언을 미 행정부 관리가 한 것처럼 처리했다. 그러나 이 발언은 부시 행정부 때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일했던 빅터 차가 한 발언이었다.

한국 보수언론이 소개하는 미국의 입장은 상당히 각색되고 변형되어 한국 사회에 전달되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의 본심은 무엇일까.

4월 28일 크롤리 차관보는 ‘천안함 사고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6자회담 재개 노력이 중단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향후 상황을 예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북한의 6자회담의 복귀를 원하고, 이를 위해 파트너 국가들과 노력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한국 정부가 외부 폭발을 언급하며 ‘북 소행설’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크롤리 차관보는 “조사가 아직 그런 결론에 도달하지 않았으며, 외부 폭발이라면 그것이 무엇이고,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도 규명돼야 한다”고 발언했다.

4월 29일 아침에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다이빙궈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한 노력”에 대해 “장시간 통화했다”. 또한 이 사실을 전하면서 크롤리 차관보는 ‘천안함 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6자회담 재개 노력이 중단되느냐’는 질문에 “이 문제를 반드시 직접 연계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미 국방부 대변인 역시 4월 29일 브리핑에서 천안한 침몰에 대해 “성급한 판단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미국은 이번 사건에 북한이 연루됐을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사실에 근거한 결론을 내리고 그에 따라 무엇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판단하겠다”고 답변했다.

크롤리 차관보는 5월 6일 정례브리핑에서도 “북한이 국제적인 의무와 도발적인 행동을 멈춰야 한다”며 “북한의 다음 조치를 보고 난 연후에 대화에 착수하겠다”(let’s see North Korea take these steps and then we’ll talk)고 답변했다. 대화 착수의 조건으로 크롤리가 언급했던 것은 비핵화와 관련한 북한의 행동이었지 천안함 변수가 아니었다. 김정일 위원장이 후진타오 주석을 만나 또 “6자회담 당사국들이 6자회담 프로세스 추진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5월 7일 브리핑에서 크롤리가 비록 “6자회담 프로세스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일축했을지언정 역시 6자회담 재개를 천안함과 연계시킨다는 발언은 없었다.

미국의 입장은 비록 천안함 문제와 6자회담을 완전히 별개로 취급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천안함 문제와 6자회담을 반드시 결부시킨다는 입장은 아닌 것이다. ‘선 천안함, 후 6자회담’은 언론의 의도된 기사로 인해 왜곡된 사실일 뿐이다.

이것이 김정일 위원장 방중이 암시하는 두 번째 사실이다.

대중 외교 굴욕, 대미 외교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

오히려 미국은 천안함 문제로 남과 북이 군사적으로 충돌하여 한반도에서 긴장이 격화되는 것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만약 천안함 사고가 ‘북한의 소행’이라는 결정적 근거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리고 북한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미국이 요구하는 일정 수준의 행동 조치를 취하거나 대미 요구조건을 완화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천안함 문제와 6자회담을 연계시켜 미국의 발목잡기를 계속한다면 오바마 행정부는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

이명박 정부는 과연 ‘증거 불충분한 북한 소행론’으로 북미 접촉과 6자회담을 재개하려는 오바마 행정부의 발목을 잡을 수 있을까. 오바마 행정부는 과연 언제까지 이명박 정부에게 발목을 잡혀 있으려고만 할 것인가.

이 시점에서 이명박 정부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중국에 이어 대미 외교에서도 굴욕을 맛보기 싫다면 말이다.

* 이 글은 새세상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주간통일동향 [통일돋보기 28호]와 동시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