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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연혁보고
창설 40주년 맞은 통일부의 현주소
2009년 03월 02일 (월) 19:28:58 김치관 기자 ckkim@tongilnews.com

1969년 3월 1일 박정희 정권 하에서 국토통일원이라는 명칭으로 45명의 단촐한 직원으로 출발한 통일부가 40주년을 맞았다.

1990년 통일원으로 개칭되고 부총리가 수장이 되면서 위상이 높아졌고, 1998년 다시 통일부로 개칭되면서 장관급 부서로 현재에 이르러 47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2일 통일부는 40주년 기념행사를 가졌지만 현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탓인지 잔치집 치곤 분위기가 밝지만은 않았다.

그런데 김중태 기조실장이 통일부가 걸어온 40년을 요약해 발표하는 ‘연혁보고’를 받아본 기자는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었다.

1970년대 ‘7.4남북공동성명’을 언급하는 것은 물론 “1991년 12월 제5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가 체결됨으로써 통일업무 추진의 방향성이 정립되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2000년대는 남북간 교류협력이 확대되는 시기였다”면서도 2003년 ‘남북출입사무소’ 설치부터 소개했다. 2000년 6.15공동선언과 2007년 10.4선언은 아예 언급하지도 않은 것이다. 참으로 의아한, 아니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초청된 전직 통일부 장관도 노태우, 김영삼 정권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홍구 전 부총리와 이명박 정부 첫 통일부 장관인 김하중 전 장관 뿐이었다. 이날 유일하게 축사를 한 송한호 통일동우회 회장 역시 노태우 정권 시절 통일부 차관을 지낸 이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기념사에서 남북기본합의서를 언급했지만 역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은 입에도 올리지 않았다. 대신 “남북한은 기존의 합의들을 존중”해야 한다고만 말했다. 전날 3.1절 기념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남북 간 합의사항을 존중할 것”이라고 한 발언과 궤를 같이하면서도 좀더 소극적 표현에 머문 셈이다.

대통령이나 장관이나 '기존의 합의'에 6.15, 10.4선언의 합의가 포함된다는 것을 모를리 없겠지만 북측이 그렇게 강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것이 현 정부의 '코드'이거나 '전략'인 듯 보인다.

또한 현 장관은 “우리는 북한과 대화할 것이다”며 “대화를 통해 새로운 희망과 발전적 미래를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해 역시 전날 이 대통령이 “조건 없는 대화의 문은 지금도 활짝 열려있다”며 “남과 북은 빠른 시일 내에 대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반발짝도 앞서 나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반발짝 뒤로 뺐다는 표현이 더 적절해 보인다.

현 장관은 “조만간 우리는 남북관계를 잘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여러 가지 일을 하게 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남북관계는 한 단계 더 높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섞인 전망을 내놓았지만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녹여낼 어떤 구체적 방안도 제시하지 않았다.

공자는 인생 40을 외부의 영향에도 흔들림 없는 불혹(不惑)이라 표현했지만 40주년을 맞은 통일부가 6.15, 10.4선언이라는 역사적 성과마저 굳이 감춘 연혁을 보고하는 현실은 서글픔을 넘어 우리민족의 장래에 대한 걱정과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40년에 이어 앞으로 남은 통일부의 역사는 우리 민족에게 닥쳐올 도전을 극복하여 가장 성공적인 통일을 이룩하는 것으로 기록될  것이다"는 현 장관의 의지와 예언이 적중하길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무력감을 느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