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나서 불편한 느낌이 드는 글"

"노혁명가의 말과 삶이 나를 부끄러움을 아는 인간으로 바꾸어 놓았다. 동화 작가 권정생 선생이 했던 말이 기억난다. 누가 권 선생한테 "좋은 글이란 어떤 글인가?"라고 물었을 때 그 분 말씀이 이랬다. "읽고 나서 불편한 느낌이 드는 글." 그렇다. 이 책에는 당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구석이 많을 것이다. 특히 당신이 평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 윤구병(한국철학사상연구회 대표) 추천

남파공작원으로 남에서 36년간 긴 수감 생활을 겪은 비전향 장기수 허영철의 회고록. 일제시대 태어나 민중의 한 일원으로서 겪은 해방 전후의 격동기와 한국현대사의 치열함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허영철은 지금까지 대중에 알려진 여느 장기수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남과 북에서 모두 인민위원장을 했다는 드문 경력과 보통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현실에 뿌리박은 밑바닥 민중의 시선을 올곧이 보여준다. 또한 남북한의 여느 권력자보다 북녘 작은 동네 인민위원회의 위원장과 삯바느질로 생계를 꾸리는 소꿉동무가 더욱 중요하게 다뤄지는 서술은 우리의 지난 역사를 보다 소박하고 순수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책은 크게 지은이 스스로 집필한 원고 6편과 편집자와 지은이가 가진 인터뷰 다섯 꼭지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감옥에서의 삶을 돌아보는 장에서는 지은이와 가족들이 주고받은 대폭 수록하여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자 한 지은이의 모습을 보다 생생히 보여준다. 또한 인터뷰 꼭지를 비롯한 본문 곳곳에서 객관성을 기하면서도 비전향 장기수 특유의 시각과 남북의 시각차를 드러내는 서술로 독자 스스로 우리 역사와 비전향 장기수 문제를 성찰하도록 유도한다.

그 외 여러 역사적 사건들을 충실한 각주로 설명했고, 허영철의 개인사와 한반도 역사를 비교하여 볼 수 있도록 제시한 연표를 덧붙여 사료로로서의 가치 또한 더했다.



허영철 - 1920년 출생. 1954년 8월 공작원으로 남파되어 1955년 7월 하순 체포, 국가보안법 위반과 간첩 미수로 무기형을 선고받았으며, 그로부터 만 36년 후 1991년 2월 25일 출감했다.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일제시대엔 함경남도 단풍선 철로 공사, 일본 유바리 탄광 등에서 일하다가 1943년 귀국했다. 1945년 해방이 되던 해 남로당에 입당, 초보 노동당원으로서 혁명가의 길을 걸었고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난 뒤에는 부안군과 황해도 장풍군 등에서 인민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 사상의 자유를 박정희 군사 독재 정권이 '한국식 민주주의'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짓뭉개고 있을 때 그 헌법에 따르는 국민의 권리를 목숨을 걸고 싸운 사람이 누구인가. 당신이고, 나인가? 천만에 그 사람들은 따로 있다. 대한민국 체제를 전복하고 적화통일을 획책하는 무리에 속했다는 이유로 세계 역사에서 유례가 없는 장기 투옥을 감수하면서, 그 잔혹한 전향 공작에도 꺾이지 않고 끝까지 양심의 자유, 사상의 자유를 고수한 '비전향 장기수'들이 바로 대한민국의 헌법을 가장 충실하게 수호한 분들이다.

참 역설적이지 않은가? 벽에도 귀를 달고, 밤 말은 쥐를 시켜 들고 낮말은 새를 시켜 듣던 그 정보 정치의 공포 속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입은 얼어붙고 손발은 마비되어 옴싹달싹 못하고 숨죽이고 있을 때 관 속 같은 독방에서 국헌을 준수하기 위해서 그 폭력적 국가 기구에 감연히 맞선 사람들이 '국가를 참칭한 반국가 단체'에서 보낸 첩자들이라니. - 윤구병 (한국철학사상연구회 대표)

허영철 선생은 넓은 사람의 바다 속에서 여러 사람들과 부드럽게 교류하면서도, 확고부동한 신념으로 세계관이 확립되어 실천과 이론이 통일된 지식을 갖춘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라고 확신합니다. 선생은 젊은 시절부터 노동 현장의 진실도 경험하였고, 1945년 일제로부터 해방된 뒤에는 분단 조국과 민족의 통일을 위하여 헌신적으로 투쟁한 뛰어난 애국자입니다.

선생의 지식은 실천과 경험으로 쌓여진 사고방식 위해 과학적으로 정립돼 있습니다. 선생은 학교 교육에서 정식으로 배우지는 않았지만 독학으로 익힌 수학과 물리, 과학 같은 지식이 비범합니다. 이런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의 소유자인 선생께서 자기가 일생 걸어 나온 소중한 인생 경로를, 특히 분단된 조국을 왕래하며 터득한 지식을 글로 쓴다고 합니다. 이것은 학생청년은 물론 부강한 통일 조국을 바라는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참고서가 되리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선생의 자서전 출판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 박정평 (비전향장기수, 혁명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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