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김정일, 차 한 잔 하실까요? - 10점
김현경 지음/한얼미디어
'MBC 통일전망대' 앵커 김현경 기자가 17년 취재경험을 바탕으로 쓴 통일에세이. 가장 먼저 남북한의 소식을 전해왔던 기자로서, 한반도의 운명을 뒤흔들었던 역사의 현장과 통일문제를 되짚어본 책이다.

1994년에 검토된 한반도 전쟁계획 '작계 5027',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금강산 관광계획,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만남 등 한반도 역사의 좌표를 다시 썼던 역사적 현장들을 돌아보며 남북관계 변화의 궤적을 살폈다.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절 사실, 지난 과오와 성과들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면서 남과 북, 통일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던져주고자 했다. 양비론에 기대지 않으면서도 균형감각을 잃지 않는 지은이의 안목과 통찰력이 돋보인다.

추천의 글
여는 글

1부 엄마, 우리 통일됐어?
김일성이 바꾼 내 운명
엄마, 우리 통일됐어?
아버지의 뒷모습
방독면을 확보하라
한국 쌀이 먼저다
금강산을 저지르다
첫 관광의 두려움
총 대신 돈을 쏘다
퍼주기와 퍼오기
섬나라에서 대륙국가로

2부 김정일과 빨간 신호등
핵핵거리는 한반도
김정일의 꿈
김정일과 빨간 신호등
맨손으로 일군 기적
건강한 인권논쟁
55년 걸린 10초 참배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한 장의 사진
옥동자와 사생아
병장 요코이와 친북 콤플렉스
대화, 기적의 묘약

3부 개 발톱을 먹어요?
개 발톱을 먹어요?
남북대화, 남남대화
금강산 선상 난투극
려관에서 출퇴근하는 중선생
김철수라는 이름 석 자
서해교전과 미녀 응원단
장례식에서 축제를 보다
거짓 권하는 사회
남쪽의 괴짜들
호랑이 등에 올라타다

4부 매일 개성 가는 여자
내 그때 피눈물을 흘렸소
매일 개성 가는 여자
금강산 삼국지
어머니라는 이름의 힘
부르지 못한 사모곡
비전향 장기수와 젊은 아내
북쪽의 낀 세대들
리난영 같은 가수 없소?
순영 씨의 조그만 커피숖
손님이 아닌 이웃이 되는 날

닫는 글

핵문제나 남북관계로 인해 북한만 경제적 효과를 얻는다는 주장은 분명 착각이다. 북한의 한 해 예산은 삼성전자의 1/4분기 매출 정도이다. 이렇게 엄청난 경제규모의 차이로 볼 때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안정으로 우리가 가져오는 경제적 효과는 북한이 얻는 것과 비교할 수가 없다. 되로 주고 말로 퍼오는 격인 셈이다. 북한 사람들은 가끔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런 말을 한다. 한국 경제 성장의 일정 부분은 자신들이 담당하고 있다고. 어떻게 보면 한국 경제의 성장은 남과 북이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 본문 중에서 - 알라딘
36-40p P
1994년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위기가 그것이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명색이 방송사에 몸담고 있던 나는 불안감만 느꼈을 뿐 일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중략) 워싱턴으로 출장 간 남편이 매일같이 전화를 해서 "여기는 한국에 전쟁 난다고 난린데 거기는 괜찮으냐"고 묻는 것뿐이었다. (중략) 워싱턴에서는 수십년 동안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던 한반도 전쟁계획 '작전계획 5027'이 처음으로 구체적인 모습을 갖춰가고 있었다. 한반도에는 그해 4월 중순 패트리엇 미사일이 실전배치되었고 공격용 아파치 헬기도 들어왔다. (중략) 그해 5월 셋째주 주한미군은 NEO (비전투원 소개작전)를 실시했다. 비상시 미국 민간인들을 안전한 다른 나라로 대피시키는 훈련이다. (중략) 우리 정부는 미군에 '소개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좋지만 조용히 해달라'는 입장을 비공식적으로 전달했다고 한다. (중략) 결국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위원장을 만나면서 핵문제를 둘러싼 북미 양국의 대립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고 한반도의 위기는 남북정상회담 국면으로 급변할 수 있었다. (중략) 기자가 되기 직전의 일이었지만 당시 무지했던 나에 대한 스스로의 비판은 나로 하여금 한반도 주변 정세에 더욱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생활필수품이나 금 사재기를 하던 일부 계층을 비난만 하던 언론. 대북제재는 북한을 대화로 나오도록 하기 위한 것일 뿐 위기를 증폭시키는 것이 아니라며 연일 대북 강경책을 내놓던 정부. 미국인들이 한반도를 떠나는 훈련을 받는지도 모르고 우리에게 지급될 방독면이 없는지도 모른 채 정부를 믿고 생업에 충실하던 선량한 국민들. 한반도의 주인은 과연 누구인가? - dalpan
60p P
금강산 관광을 위해 통일전망대에서 철책에 이르는 군사도로는 버스가 다닐 수 있도록 정비되었다. 보수진영에서 남북 도로 연결이 남침 진격로를 열어준다고 펄펄 뛰는 게 근거없는 얘기는 아닐 듯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비슷한 시기 임시 개통된 경의선 남북연결 도로는 더욱 심각하다. 1시간도 채 안되는 거리에 바로 서울이 있지 않은가. 1950년 6.25 당시 미아리 고개를 넘어 유유히 진격해온 인민군의 모습을 기억하는 세대나 군사 당국은 걱정이 될 법도 한 일이다.
그렇다면 한 번 거꾸로 생각해보자. 금강산 연결 육로와 개성으로 가는 경의선 육로는 북한의 보수 진영과 군부에게 어떤 의미일까? 인천 상륙작전 뒤 압록강 인근까지 밀린 경험이 있는 북한군은 남북연결 육로를 '북침로'로 여겼다고 한다. (중략) 남북이 철도도로 연결에 합의했을 때 북한 군부의 위기감은 남쪽 보수 인사들의 걱정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고 한다. 아무리 하늘 같은 '장군님' 명령이라 해도 개성에서 평양까지 고속도로로 달리면 불과 2시간. 북침 진격로를 열어주는 것이라고 걱정을 했다고 한다. 우회로도 없는 데다 공군력에서도 열세인 만큼 북한 군부의 고민은 더욱 컸다. 서부전선의 군사 작전 계획을 변경하고 포 진지를 이동한 뒤에야 어렵사리 도로를 개통할 수 있었다. - dalpan
십수 년간 남북관계의 현장에서 때로는 발로, 때로는 머리로 뛰면서 그 누구보다 더 정확히, 더 많이, 더 빨리 그리고 더 깊이 현상과 본질을 파헤쳐온 한 여기자의 열정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우리 민족의 아픔과 그 아픔을 해결하고자 하는 김현경 기자의 고뇌를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전 김일성종합대학 교원)
김 기자의 책은 에세이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결코 간단치 않다. 지나간 사건들이 대개 그 생명력을 잃게 되는 것이 다반사지만 김 기자는 당시의 정치사회적 맥락을 모두 되살려 놓음으로써 하나하나의 사건을 살아 숨 쉬게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 김현경이라는 인물과 이 책의 존재가 예사롭지 않은 것이다. ... 방송에서나 일상에서나 이 당차기 그지없는 인물이 이렇게 따뜻한 시선으로 남북의 얘기를 풀어냈다는 것이 반갑고 또 반가워서 추천의 글을 자청한다. - 손석희 (성신여대 문화정보학부 교수, 전 문화방송 아나운서국장)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누구도 제대로 알기 어려운 문제를 저자는 쉽고도 재미있게 풀어나가고 있다. 남과 북, 그리고 통일이라는 복잡한 퍼즐을 차근차근 맞춰나가는 저자의 눈썰미가 놀랍다. 차 한 잔 마시며 한 수 배울 만하다. - 이종석 (통일부장관)

저자 : 김현경
  • 최근작 : <Mr. 김정일, 차 한 잔 하실까요?>
  • 소개 :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86년 MBC에 입사한 이후 아나운서실, 보도국, 정치2부, 통일외교부를 거쳤다. 2006년 현재 북한전문기자로 활동하면서 17년째 '통일전망대'를 진행하고 있다.
  • 링크 :

김현경의 한 마디
2005년 9월. 핵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잠시나마 보여주었던 베이징 6자회담의 '9.19공동성명' 그 바탕에는 부시 미국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일컬어 부른 '미스터Mr. 김정일'이라는 호칭이 있었다. 그냥 인정하고 존중하는 상대방에 대해 붙일 수 있는 평범한 존칭 '미스터'가 '악의 축'이니 '독재의 전초기지'니 하는 무시무시한 수식어보다 훨씬 많은 일을 이룬 셈이다.

내친김에 부시 대통령이 '미스터 김정일'과 티 테이블에 마주 앉아 문제들을 논의하는 공상만화 같은 희망도 가져본다. '미스터 김정일'과의 차 한 잔은 17년 동안 북한문제를 들여다본 내가 기자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 중 하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