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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윤임수]

얘야,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구나

금강산이 좋다고들 하지만 고향도 아닌데

하루 이틀 관광길 남들 따라가서

눈물 몇 방울 찔끔거리기는 싫구나

사람의 마을에서 말 한마디 붙여보지 못하고

아픔도 설렘도 끝내 풀어내지 못하고

산길 밀려갔다 바닷길 흘러나오는

그런 부질없는 짓은 하고 싶지 않구나

성치 않은 몸 그렇게 부리기는 싫구나

얘야, 내가 가고 싶은 곳은 황해도 연백

늘 그리운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곳

거기서 오랜 눈물 펑펑 쏟아내고 싶구나

이제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고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죄 붙들고

오래오래 두 손 부여잡고 싶구나

연백평야 들길을 천천히 걸으면서

한숨도 고통도 풀풀 풀어놓고 싶구나

그렇게 불면의 한 세월 내려놓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