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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열린 대전충남 열사 희생자 합동 추모제
ⓒ 심규상
합동추모제

故 오한섭·이순덕·박용수·유병진·최덕수·윤용하·최인정·오원진·윤재영·박기호·진광수·박성호·양주석·박진희·황미란·강연석·최신해·정성범·윤창영·안상운·남광진·최연진·강구철·이현중·장광남·이해남·전용철·장석정....

 

21일 저녁 대전기독교연합봉사회관 2층. 낯익은 영정이 빼곡히 자리를 잡았다. 지난 80년대 이후 대전충남지역에서 민주·통일운동과정에 희생된 얼굴들이다. 영정없는 고인들의 명단은 재단에 올려졌다. 모두 19명. 지난 2009년 이후 2년 4개월 동안 쌍용자동차 대량해고 사태이후 숨진 해고 노동자 또는 그 가족들이다. 이들은 대량해고 과정에서 또는 파업 이후 사망했다. 사인은 대부분 자살(9명)이고 나머지는 돌연사 또는 심근경색 등이다. 이중 8명은 올해 사망(자살 5명)했다. 

 

  
2009년 이후 사망한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및 그 가족들
ⓒ 심규상
쌍용자동차

근래 자살을 시도한 사람이 3명이고 파업을 지속하는 걸로 착각하는 정신분열증으로 치료받는 사람도 있다. 사측에게 받았던 해고 압박과 파업과정에서 정부가 보인 물리적 탄압으로 인한 충격이 얼마나 큰지 짐작케 한다.

 

때문에 이날 대전충남 열사 희생자 합동 추모제는 어느 때보다 침통한 분위기속에서 진행됐다. 최교진 (사)대전충남 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이사장은 "리영희 선생님, 이소선 어머니, 박용길 장로님, 유상덕 선생님 등 올해 유난히 민주화 운동의 큰 어른들이 많이 떠나가셨다"며 "이제 우리가 책임져야 하는 시대라는 엄중한 책임감 탓에 두렵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정선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은 "민주화의 길에서 고비마다 물꼬를 열어 왔던 열사들, 민주항쟁이 있었기에 민주주의가 전진 할 수 있었다"며 "고귀한 정신을 공감하고 자랑스러운 역사로 소중히 기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한의 심각한 대결국면 속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내지 못 한다면 우리가 이뤄놓은 민주화 운동의 소중한 결실들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대전충남 열사 희생자 합동 추모제에 참석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 심규상
합동추모제

김명운 민족민주열사 희생자추모단체연대회의 의장도 추도사를 통해 "민주주의는 제도정치권의 힘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격동의 새해를 앞두고 투쟁의 결의를 다지는 시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특히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및 가족들의 잇따른 죽음과 관련 정부와 국회에 대해 "진상규명과 국정조사, 정리해고자 즉각 복직"을 촉구했다. 김득중 쌍용자동차투쟁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계속되는 죽음의 행렬을 막기 위해서는 8.6합의 이행(무급휴직자 5백 명에 대해 1년 후 복귀와 비정규직 노동자 19명 고용보장, 조합원에 대한 소송 취하)과 해고자들에 대한 복직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합동대전충남민족민주열사 희생자 합동추모제 추진위원회가 주최하고 (사)대전충남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가 주관했다.

 

"현장에서 싸우는 후배동지들과 소통하고 연대하자"

최교진 (사)대전충남 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이사장

 

  
최교진 (사)대전충남 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이사장
ⓒ 심규상
최교진

이날 최교진 (사)대전충남 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이사장은 참석자들에게 "섬기는 삶으로 세상을 변화시키자"고 호소했다.

 

최 이사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쌍용차 노동자들의 죽음이 계속되고 있고 1%만을 위해 나아가는 사회양극화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통해 현 정권을 심판하고 민주정부를 세워야 한다는 국민들의 요구가 번지고 있다"며 "만약 새해에도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할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체제를 만들지 못 한다면 우리 모두는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는 개인적으로 친구이자 먼저 정치개혁 운동에 뛰어들었던 오원진 동지가 떠난 지 20주년, 강구철 동지가 떠난 지는 10주년이다"며 "두 동지를 생각하며 부끄럽지 않은 한해를 보내야 한다는 결의와 각오를 다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민주화 운동에 청춘을 바친 동지들이 다시 역사 앞에 정면으로 마주서서 각자 할 몫을 찾아야 한다"며 "현장에서 열심히 싸우고 있는 후배동지들과 소통하고 연대하자"고 말했다. 또 그는 "우리가 앞장서서 시대적 과제를 이웃들에게 정성껏 알리는 일에 나서자"며 "우리가 먼저 혁신하고, 우리가 먼저 통합하며, 우리가 서로 사랑하며 나누고 섬기는 삶으로 세상을 변화시키자"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