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 제주 강정마을이 느닷없이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로 ‘결정’된 이래 4년이 넘었다. 그 사이, 이 명분 없고 반평화적‧반민주적‧반생태적 기지건설 사업을 저지하고 강정의 평화를 사수하기 위해 주민들이 펼쳐온 투쟁은 눈물겹기 그지없다. 그들은 해군기지 건설공사에 평화적으로 저항하다 폭행, 연행, 구속되는 등 공권력의 탄압을 일상적으로 받고 있다. 우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평화군사법학회는 먼저 이들 마을주민들께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존경과 연대의 인사를 올린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은 강정마을 주민과 제주도민을 설득할 어떠한 명분도 없다. 대양해군 전략이라는 도발적이고 군비 확대적 군사계획 아래 제주 해군기지의 건설필요성이 처음 제기된 것이 1993년 12월경이다. 제156차 합동참모회의에서 제주해군기지 신규소요가 결정되고, 1995년 12월경에는 그 안이 1997⁓2001년 국방중기계획에 반영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제주해군기지 사업은 처음 소요(所要) 결정 이후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그것이 육해군 균형 발전 논리에 힘입어 참여정부 말기의 권력쇠퇴기를 틈타 강행된 것이 강정 해군기지 건설 프로젝트이다. 그러나 대양해군 전략은 육해공군의 균형 있는 발전을 실현시킬 적절한 방편이 아니다. 군비를 확충하고 주변국과 필요 없는 마찰을 야기할 수 있는 위험한 전략이 민주정부를 자칭한 참여정부 하에서 승인된 것은 대단히 유감이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러한 전략은 이명박 정부 하에서 사실상 폐기되고 말았다. 천안함 사건 이후 정부는 북한의 전력에 대응하는 게 우선이라며 대양해군 전략을 폐기했다. 이러한 방향으로의 전환을 입법화한 ‘국방개혁법률’ 개정안이 2011년 5월에 국무회의를 통과하여, 현재 국회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중대한 변화에 비추어 보건대 1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들여 제주해군기지를 건설해야 할 당위성은 전혀 발견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군이 사실상 효용성 없는 해군기지를 굳이 건설하려는 것은 오로지 육군에 대해 상대적 박탈감을 갖고 있는 해군의 몸집 키우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해군의 근거 없는 욕심 때문에 우리가 잃어야 할 것은 너무나 많다. 제주도 자체가 하나의 보물섬이다. 제주는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200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 2010년 세계지질공원 인증 등 유네스코 자연과학 분야 3관왕을 달성한 지역이다. 서귀포시 대천동 강정마을은 이런 보물섬 제주에서도 가장 귀한 보물 중 하나이다. 제주해군기지 예정지가 편입된 10만 5천여 평방미터는 2004년 10. 27일 제주도지사에 의해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절대보전지역은 ‘제주도 특별법’과 도조례에 의거 지정된 곳으로 제주도에서도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제주해군기지를 건설하려면 이 지역을 매립해야 한다. 그것은 수 만년 아니 수십, 수천만 년 그곳을 지켜온 바위를 부시는 일이고, 바람과 바다 위에 시멘트와 철근과 인간의 온갖 탐욕을 들이 붓는 일을 뜻한다. 제주도지사는 그것을 허용하기 위해 절대보전지역 지정을 해제했다. 그 과정에서 엉터리 환경영향평가가 이루어진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현장조사를 나간 공무원이 현장조사결과 절대보전지역 지정 당시와 환경여건이 전혀 변화되지 않았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하루밤새 지정은 해제되었다. 그 과정에서 도의회는 날치기 동의로 협력하였다. 이후의 과정은 뻔했다. 국방부장관의 국방‧군사시설 실시계획 변경승인처분 고시(2009. 1. 21), 부산지방해양항만청장의 공유수면매립 승인처분(2010. 3. 3)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이들 각 처분에 대해 각각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강정마을 주민들에게는 원고적격이 없다는 이유로 소송을 모두 각하했다. 법원은 법리적 판단에 앞서 형식논리로 주민들을 내쳐버렸다.

 

 정치와 사법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행정 권력이 물리력을 동원하여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사이, 강정의 구럼비 마을을 지켜온 것은 주민의 단결된 힘과 그들과 연대한 평화와 생태운동이었다. 그들이 내민 연대와 지지의 손을 우리 모두가 잡아주어야 한다.

 

 한번 국책사업으로 결정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영원히 유지되어야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강정해군기지 사업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첫째, 국가안보상 반드시 필요해야 하고, 둘째, 입지 선정이 적정해야 하며, 셋째, 민주적이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넷째, 정당하고 상당한 보상이 있어야 하며, 다섯째, 평화의 섬과 양립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강정 해군기지 건설은 그 어느 하나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제주도지사는 절대보전지역 변경처분부터 취소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주민투표를 통해 주민들의 의견을 묻는 절차를 진행시켜야 한다. 그러한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해군은 기지 건설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제주해군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강정마을회와 제주도민들의 비폭력 저항을 공권력으로 제압해서는 절대 안 된다.

 

 2011년 9월 3일(토)에는 제주 강정마을과 구럼비 해변을 지키는 평화의 비행기가 뜬다. 제주올레 7코스를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가 함께 이 비행기를 타고 그곳에 가서 우리의 평화와 생태, 그리고 공동체를 지키자. 희망‧생태‧평화의 마을, 강정 해변을 해군의 근거 없는 욕심과 무모한 군사주의로부터 지켜내자.

 

<우리의 요구>

 

하나. 제주도지사는 절대보전지역 변경처분을 취소하라!

하나. 이명박 정부는 반평화적·반민주적·반생태적 제주 해군기지 건설사업을 즉각 중단하라!

하나. 제주도민과 강정마을 주민들의 비폭력 저항에 공권력 투입으로 평화와 인권 그리고 공동체를 파괴하는 이명박 정부를 규탄한다!

 

 

2011년 9월 1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평화군사법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