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통위의 ‘10.25 대학시간강사 제도개선 방안’에 대한 민교협의 입장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위원장 고건, 이하 사통위)는 10월 25일 대학 시간강사를 고등교육법상의 ‘교원’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대학 시간강사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사통위는 비정규직교수들을 고등교육법상의 교원으로 인정하고 대학쪽과 1년 이상의 기간을 정해 계약을 맺도록 하며, 국립대의 시간당 강의료를 2013년까지 8만원으로 인상하고 사립대 강사에게는 연구보조비와 4대보험의 사용자 부담분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7만 명의 동료 교수이자 연구자이면서 학문후속세대인 비정규직 교수들이 처한 비참한 현실을 직시하며, 사통위의 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입장을 표명한다.
첫째, 사통위의 개선안은 비정규직을 제도화하는 조처다. 그동안 비정규직 교수들이 정규직 교수 못지 않은 학문적 능력과 교수역량을 갖추었으면서도 교원으로서 인정받지 못한 현실에서 볼 때, 모든 시간강사를 고등교육법 14조 2항의 교원으로 인정하겠다는 방향설정 자체는 기존의 정부의 안과 비교할 때 진일보한 것이다. 하지만, 사통위의 개선안은 시간강사의 계약기간을 1년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1년이라는 기간은 비정규직 교수의 업무인 교육이나 연구의 계속성에 비춰볼 때 너무나 짧다. 이는 시간강사를 강사로 이름만 바꿔 법으로 비정규직을 용인하고 제도화하는 조처다.
둘째, 사통위의 개선안은 선언적이고 강제조항이 빈약하여 실현 가능성이 약하다. 사통위의 개선안은 강사의 채용이나 신분 보장 같은 ‘본질적인 부분’은 언급하지 않은 채 별도의 법률로 규정하는 방안을 교과부가 검토하도록 하고 있으며, 사립대학에 대한 강제 조항이 없다. 채용과 신분조장을 뺀 나머지 사항들은 각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적절한 대우가 이뤄지도록 정관이나 학칙에 규정했기 때문에 얼마든지 편법 활용이 가능하고 이에 대해 강제할 방법이 별로 없다. 이런 조건에서는 강의료에 민감한 사립대가 강사 대신 초빙교원을 늘려 임용할 수 있고, 강사료 인상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
셋째, 사통위의 개선안은 비정규직 교수를 실질적으로 교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비정규직교수를 기간제 교원화할 우려가 있다. 교원지위 보장의 핵심은 대학운영 참여와 면직·권고사직을 당하지 않을 권리이다. 그런데 이번 개선안에는 법적 교원 지위 보장의 핵심인 교육공무원법 상의 대학운영 참여, 면직․권고사직을 당하지 않을 권리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러 조처는 자칫 비정규직 교수를 ‘기간제 교원화’할 우려가 있다.
넷째, 이번 개선안은 말로만 교원으로 인정한다는 것이지 시간 강사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조처다. 이번 개선안은 명칭만 시간강사에서 강사로 바꾸고 시간당 강사료를 인상한다는 것일 뿐, 월급제나 연봉제가 아니라 시급제를 명시하고 있다. 어떤 명칭을 사용하더라도 시간당 급료를 받는 한, 그 교원은 시간강사다.
다섯째, 사통위의 개선안은 비정규직 교수의 노동강도만 늘릴 가능성이 크다. 이번 개선안은 채용 규정이 까다롭게 변할 뿐 아니라 ‘성과평가’를 대학별 정관 또는 학칙으로 규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높은 연구 업적과 강의평가점수 및 행정 업무 참여를 강제 받는 저임금 불안정 상태의 교육노동자가 양산되는 물꼬를 틀 수 있다. ‘성과평가’에 대하여 정부 차원에서 적절한 수준에서의 가이드라인이 제시되고 강제되지 않는다면, 각 대학은 강사들을 강제하여 연구 업적 등 학교의 평가를 올리는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다.
위와 같은 다섯 가지 이유로 우리는 사통위의 개선안을 반대한다. 우리는 이주호 현 교과부 장관이 의원 시절이던 2007년 스승의 날에 발의한 방안보다 외려 후퇴한 사통위의 개선안에 대해 개탄을 금치 못하며 교육공공성의 차원에서 진정으로 개선된 안을 마련할 것으로 정부에 요구한다. 우리는 그동안 주장한 대로, 국가교수제를 도입하여 단계적으로 모든 비정규직 교수를 국가교수로 전환하고 이들에게 교원으로서 법적 지위와 참정권, 학사운영권 등을 제도화하고 연구와 강의에 매진할 수 있는 물적 생활과 환경을 보장하고 이에 소요되는 재원을 정부 재정에서 확충할 것을 요구한다. 비정규직 교수는 학문후속세대이기에 한국대학의 내일이자 대한민국의 미래다.

2010년 10월 27일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 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