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수사를 반대하고 실체적 진실만을 규명할 것을 요청한다

우리는 한편으로 지난번에 밝힌 바와 같이 곽노현 교육감이 박명기 후보에게 2억 원을 지원한 것이 적절하지 못한 조치였다고 생각하며 유감을 표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관련자들의 증언과 평소의 처신으로 볼 때, 사전에 어떠한 금품지원도 약속한 적이 없으며, 오로지 선의에 입각해서 지원하였다는 곽노현 교육감의 주장을 신뢰한다.

우리는 이 사건의 법률적, 도덕적 핵심이 곽노현 교육감이 선거 기간 중 박명기 후보에게 금품 지원을 약속한 사실이 있는가, 아니면 곽노현 교육감이 약속한 사실이 없다 할지라도 실무자들이 약속을 하였고 이 사실을 곽노현 교육감이 선거 시점에서 인지하고 있었느냐에 있다고 생각한다.

곽노현 교육감 측에서는, 박명기 후보가 거액을 요구하였지만 곽노현 교육감이 단호히 거부하여 단일화 협상이 결렬되었으며, 결렬된 이후, 선거대책본부로부터 아무런 협상 자격이나 권한을 부여받지 못했던 이 모씨가, 동서지간인 양 모씨와 개인적인 자격으로, 긴 술자리 끝에, 곽노현 교육감의 지시를 어기고, 법적인 합의가 아니라 정치적이고 도덕적인 합의를 한 바 있으나, 이 사실을 곽노현 교육감에게 알리지 않았고, 곽노현 교육감으로 하여금 아무런 조건 없이 단일화가 된 것으로 믿도록 보고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말이 전적으로 사실이라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우리는 법정에서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고 공명정대하게 처리되기를 기대하며 이를 주시할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지금까지 검찰의 수사와 언론의 보도를 지켜본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표명한다.

첫째, 검찰은 법률적 구성요건을 갖는 물증을 근거로 사건을 판단해야 한다. 지금까지 검찰은 곽노현 교육감이 사전에 금품 지원을 약속하였다거나 실무자들이 합의한 것에 대하여 곽노현 교육감이 선거 시점에서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에 대하여 녹취록 등 여러 가지 물증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검찰이 제시한 증거들은 모두 사후에 만들어진 것이거나 조작 가능성이 있는 것이기에 물증이 되기에는 법률적 구성요건이 충족되지 못한다. 결국 검찰은 지금까지 아무런 물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곽노현 교육감은 법정에서 유죄로 판결이 날 때까지는 무죄이므로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며 조사와 재판을 받아야 한다. 만약 법정에서 자신의 말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 곽노현 교육감은 매우 엄중한 법률적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 곽노현 교육감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법정에서 다른 결론이 날 때까지는 무죄이다. 그러니, 곽노현 교육감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사법부 판단 이후로 미루어야 한다. 검찰이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곽노현 교육감은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면서 재판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

셋째, 구속수사는 부당하며 불구속 수사해야 한다. 곽 교육감은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전혀 없다. 그는 기존의 부패사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 발뺌을 하거나 아랫사람에게 뒤집어 씌우거나 액수를 줄이는 수법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본인이 2억 원을 선의에서 전달했다고 진술하였다. 이에 상황이 너무나 빨리 정리되어 더 이상 조사할 것조차 거의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그는 서울시 교육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범죄를 입증할 물증 또한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검찰의 구속수사 기도는 부당하며, 불구속 수사를 함이 마땅하다.

넷째, 검찰은 지금까지 언론에 흘린 상당한 정보들이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다는데 사과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예를 들면,“녹취록이 있다.”(일부 언론은 박명기 후보에게 돈을 주겠다고 약속하는 곽 교육감의 목소리가 녹음된 테이프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도하였다.),“주고받은 이메일이 있다.”(일부 언론은 곽 교육감이 돈을 주겠다고 약속한 이메일을 보낸 것처럼 보도하였다.),“부정한 돈이 사용되었을지 모른다.”(일부 언론은 국민들에게는 곽 교육감이 공금을 횡령한 것처럼 보도하였다.)는 등의 언론 보도가 그것이다. 검찰이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리는 일은 실정법을 위반한 범죄다. 검찰은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일을 중단하고 엄정하게 증거에 의해서만 조사할 것을 당부한다.

다섯째, 언론은 어느 한 편에 치우치지 말고 확인된 사실과 진실만을 정확하고 공정하게 보도해야 한다. 언론은 이번 사건을 진보 진영 전체의 문제로 확대해석 하거나, 이를 계기로 직선 교육감 폐지로 여론몰이를 하려는 욕망을 자제해야 한다. 특히, 일부 언론들은 악의를 가지고 검찰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무책임하게 전달하고 있으며, 심지어 없는 사실을 지어내고 당사자의 말을 정반대로 왜곡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언론은 사실 여부도 확인하지도 않은 채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무책임한 보도 태도를 당장 중단하여야 한다.

친환경 무상급식, 체벌금지, 학생인권조례 등 지금까지 곽노현 교육감이 추진해 온 다양한 개혁은 이 땅의 학생들이 인간답게 자라면서 참진리를 습득할 수 있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을 뿐만 아니라 대다수 국민들로부터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았다. 정당성도 있고 국민의 지지도 받은 교육개혁은 당연히 계속되어야 한다. 곽노현 교육감의 개인 사안과 그가 추진해온 개혁적 의제들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육개혁을 무산시키려 하려는 그 어떤 움직임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2011년 9월 7일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 전국교수노동조합 ∙ 학술단체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