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 공립고는 평준화 해체 로드맵일 뿐!

 

  참 언론 창달을 위해 애쓰시는 기자님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아래 내용에 대한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보도를 요청합니다.

 

1. 예상대로 대전고, 동신고, 송촌고 3개 학교가 자율형 공립고로 지정되었다. 당첨(?) 현황을 보니 교과부에서 전국의 자율형 사립고 숫자를 고려해 균형을 맞추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대전시교육청이 졸속 행정이란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성고, 서대전여고의 자율형 사립고 지정을 강행한 것도, 사실은 자율형 공립고 2곳 이상 지정을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이었음이 드러난 셈이다.

 

2. 교과부가 밝힌 자율형 공립고의 설치 목적은 “학교운영 등에 자율성․책무성을 부여하고 교육과정 및 프로그램을 특성화․다양화하여 전인교육을 실현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드물다. ‘입시명문고로 발돋움하기 위한 도구’일 뿐, 전인교육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기 때문이다. 충남고측에서 기자회견까지 하면서 촉각을 곤두세운 이유가 “우리도 전인교육을 할 기회를 달라!”고 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3. 자율형 고등학교 등 ‘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는 겉포장만 그럴 듯 할뿐, 사실상 학교 서열화를 촉진하여 고교평준화를 해체하기 위한 로드맵에 다름 아니다. 또한 국영수를 비롯한 입시 위주의 교육과정 편법 운영에 면죄부를 주려는 행태임에 틀림없다. 면죄부에 연구 점수와 돈까지 얹어 주다니...

 

4. 자율형 공립고는 자율형 사립고와 마찬가지로 “학생은 없고 수험생만 있는, 부모는 없고 학부모만 있는” 학원 같은 학교를 양산할 것임에 틀림없다. 또한, [자립형사립고 및 영재고-과학고/외고-자율형 사(공)립고-일반고-마이스터고-일반 전문계고] 등으로 이어지는 학교 서열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특수목적고와 자율고가 아닌 대다수 보통학교들을 포기하겠다는 말인가?

 

5. 교과부는 “교육여건이 열악하거나 신설된 학교, 또는 교육과정 혁신 및 학교 구성원 의지가 높은 학교”에 우선순위를 두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앞뒤가 안 맞는 얘기다. 솔직히 대전 서구, 유성구의 일부 잘 나가는 학교들 몇몇을 빼면 위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 학교가 어디 있는가? 그런 논리라면 2012년까지 100개를 지정할 것이 아니라, 당장 내년에 전국의 모든 “교육여건이 열악하거나 신설된 학교, 또는 교육과정 혁신 및 학교 구성원 의지가 높은 학교”를 자율학교로 지정하고 예산을 지원해야 마땅할 것이다.

 

6. 우리는 비평준화 시절 대고나 충고에 들어가기 위해 얼마나 많은 중학생들이 눈물을 흘리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었는지 잘 알고 있다. 시대가 거꾸로 흐르고 있다. 그 때 그 눈물을 이제 초등학생들이 흘릴지도 모른다.

   학교 서열화는 학력을 신장시키기는커녕 도리어 교육격차만 키울 것이며, 비인간적 입시 전쟁과 사교육비 팽창만을 불러올 것이다. 또한 교권 및 학생 인권, 학부모의 권리 모두를 후퇴시켜 우리 사회를 전근대적 봉건사회로 돌이켜 세울 것이다.

 

7. 우리는 대성고, 서대전여고, 대전고, 동신고, 송촌고 등 다섯 개 자율형 고등학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 볼 것이다. 어떤 교사들을 초빙하는지, 교육과정을 어떻게 운영하는지, 연간 2억 원의 돈을 어디다 갖다 쓰는지 등을 꼼꼼히 분석할 것이다.

 

 

2010. 9. 6.

 

전국교직원노동조합대전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