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비극의 원인

 

노세극 (6.15경기본부 홍보위원)

 

천안함이 침몰된지 11일째. 사고 열흘이 넘도록 함미에 갇혀 있는 해군 실종자를 찾기는 커녕 구조에 나선 한준호 준위가 사망하고 수색에 협조한 민간 어선인 금양호의 해상 충돌로 이 배에 탔던 9명의 선원이 실종 또는 사망한 상태다. 이를 두고 설상가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어떻든 국민의 불안만 가중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고원인이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태라는 점이다. 국방부의 발표 내용이 앞뒤가 맞지 않아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침몰원인으로 처음엔 배에 구멍이 뚫렸다고 했다가 나중엔 절단이 되었다고 말을 바꾸었다. 사고 해역에 간 이유를 북한에 대비해 지형적인 이점을 이용한 것이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풍랑이 거세서 피항한 것이라고 하였다. 또 사고 시각은 애초 3월 26일 밤 9시 45분이라고 했다가 다음날에는 9시 30분이라고 했다가 또 이틀 후에는 9시 25분 또 그 다음 3일 후에는 또 9시 22분으로 계속 수정하였다. 지진파 관측이라든가 새로운 증거들이 속속 공개되어 나와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또 국방부 장관이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기를 사고의 원인으로 기뢰와 어뢰 중 어뢰 공격 가능성이 더 실질적이라고 답변을 하여 마치 북측의 어뢰 공격설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하였으나 이어서 또 다른 질문에는 북측 잠수정이 속도가 느리고 잠항능력이 떨어져서 멀리 잠행했으리라고 보지 않는다고 모순된 답변을 하여 국민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이러니 여러 가지 구구한 유언비어성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장교들은 다 구조되고 사병들은 다 수장되어 생사를 알 길이 없는 것도 납득이 안가는 일인데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생존자들에게 함구명령을 내리고 접근을 차단하는 것도 뭔가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이 외에도 교신일지를 공개하지 않는다든지 열상감시장비인 TOD 동영상 자료를 전부 보여주지 않는다든지 하는 것을 미루어 볼 때 뭔가 감추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이다. 이미 지금까지 보여준 행태만으로도 국방부의 위기 대응체계는 빵점으로서 국민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뚜렷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조중동 등 보수 언론은 북측과의 관련설을 자꾸 유포하고 있다. 그래야 책임을 조금이라도 면해본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보수층의 입맛에 맞게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하는 것일까?

지난 4월 4일 천안함 사건과 관련하여 MBC는 9시 15분에 최초 상황이 발생하여 전속력으로 달리다가 9시 22분에 침몰했다는 정황을 보도하였는데 자체 결함으로 침몰된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었다. 어떻든 사건의 원인은 규명되지 않고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아 미궁에 빠져들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천안 함 비극의 원인으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다름 아닌 천안함 사고당시 백령도 근해에서는 '2010 한미합동 독수리훈련'을 실시 중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당국은 이번 사건이 한미 합동 독수리훈련기간에 발생한 것이라는 사실을 왜 처음부터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던 것일까? 평택에 있는 배가 왜 백령도로 갔는지, 가서 무슨 작전을 하였는지를 밝히지 않고서야 어떻게 사고 원인을 알 수 있단 말인가?

어떻든 천안함은 이 훈련에 참가하여 작전에 참가하였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그래서 작전 중 오폭 가능성도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키리졸브-독수리‘ 훈련은 한미연합 전시 증원연습(RSOI)이 이름을 바꾸어 2008년부터 실시되고 있는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틀어쥔 한미연합사의 대표적인 전쟁연습이다. 키리졸브(Key Resolve)에 적용되는 작전계획은 5027에 따른 것으로 5027은 98년부터 북의 군사목표를 먼저 파괴하는 등 선제타격 개념을 채택한 것이라고 한다. 작전의 목적으로 ‘북한 정권 제거’ 및 ‘북한군 격멸’, ‘한반도 통일여건조성’을 명시하고 있어서 북측의 강력반발을 사고 있다. 키 리졸브는 3월 18일까지 종료되었지만 야외기동훈련인 독수리훈련(Foal Eagle)'은 3월 30일까지 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3월 26일 사고당일 서해에서는 미 이지스함도 참여하는 한미합동 독수리 해상훈련이 진행 중이었으므로 천안함의 비극과 풀리지 않는 의문은 이 훈련과 관련이 깊다 할 것이다.  

북한 공격을 전제로 한 전쟁연습을 하면서 어떻게 한반도 평화를 운운할 수 있단 말인가?

이번 천안함의 비극적인 사태의 배경으로는 서해 평화협력지대를 명시한 2007년 10.4 선언을 휴지조각으로 만든 MB정권이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다. 대북적대시 정책을 계속하는 한 이러한 비극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