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금강산 못 가는가

 

문영희 (6.15안산본부 상임대표)

 

고성군의 동해선 도로에 자리한 ‘남측출입사무소’를 통과하면 비무장지대가 나온다. 오른쪽으로는 동해바다의 푸른 물결이 일렁이고 왼쪽으로는 드문드문 군사시설과 군인들이 보인다. 동해안을 따라 건설된 고작 남북 4㎞의 짧은 포장도로를 10여 분 달리면 ‘북측출입사무소’건물 앞에 도착한다. 누리끼리한 군복과 깡마른 체격의 북한 군인들이 눈에 띤다. 입북절차를 끝내고 북문을 지나 다시 버스를 타면 명실상부한 북녘 땅이다. 여기를 거쳐야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다. 그 관광여행이 중단된 지 벌써 20개월째이다. 

금강산 관광은 1998년 11월 18일 속초항에서 현대금강호라는 유람선이 첫 출항을 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 유람선이 정박하는 항구가 장전항이었다. 이 항구는 1968년 1월 미 해군 함정 푸에블로호를 동해상에서 나포하여 예인한 군항이다. 북한이 뛰어난 해군기지인 장전항을 개방한 것은 남한에 대한 전의(戰意)가 더 이상 없다는 뜻이었다. 이 시기를 해로관광시기라 불렀으며 2004년 1월부터 지금의 육로관광이 가능해지면서 해로관광은 끝난다.  

남북 간에 금강산으로 직통하는 육로가 개설되면서 그 해 7월에는 당일관광만 허용되다가 다시 1박2일 코스가 마련되었다. 2005년 6월까지 이미 통산 100만 명이 금강산을 다녀왔는데 이 무렵에는 외금강과 만물상까지만 개방되었다. 그러다가 2007년 6월부터는 금강산의 진수인 내금강도 공개하였다. 2008년 3월부터는 승용차 관광 허용에 이어 5월에는 금강산 골프장이 개장되었다. 그러다 그 해 7월 11일 남한 관광객이 새벽 산책길에 북한 군인에 의해 피격 사망한 사건이 돌발하자 금강산 관광은 이명박 정부에 의해 중단된다. 

이후 북한은 현대아산 현정은 회장을 입북시켜 관광객에 대한 ‘신변 안전 보장’등을 다시 약속하고 백두산 등지까지의 관광을 허용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쉽게 동의를 해주지 않고 있다. 마침내 북한의 대남정책 창구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지난 4일 담화를 발표하고 “남측 당국이 관광길을 계속 막을 경우 관광관련 모든 합의 및 계약을 파기하며, 관광지역 내 남측 부동산을 동결하는 등 특단의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를 한바 있다. 그 후 남북 간에 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이 열렸지만 합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치인 김대중과 경제인 정주영은 모두 탁월한 인물이었다. 김대중은 자신이 갈고 닦은 평화통일 구상을 실현하고자 노력했고, 정주영은 강한 애국심과 애향심 그리고 사업능력과 동시에 분단의식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그들이 합의하고 북한이 동의한 결과가 바로 금강산 개방이다. 미국 또한 동족 간에 관광을 통해서라도 왕래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지금 한반도는 마치 100년 전처럼 나라의 앞날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여 있다. 유일일극체제였던 미국은 국력이 날로 쇠잔하여 가고, 중국은 거꾸로 우뚝 솟아오르는 시대이다. 중국은 큰 틀에서 북한을 감싸는 한편, 미국은 아직도 한반도를 전쟁연습장으로 이용할 의도만 드러내고 있다. 6자회담 재개도 그리 빨리 이루어지질 것 같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같은 민족끼리 분단의 고통을 하루라도 빨리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금강산 개방은 화해협력, 북한변화 유도 그리고 한반도 평화증진을 위함이 목적이다. 올해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아주 작은 남북 상생의 길에 지나지 않은 금강산 관광길이라도 열리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