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늦기 전에 북한 주민을 도와주자

 

수산스님 (6.15경기본부 지도위원)

 

얼마 전 우리나라 최고관객의 기록을 깨뜨렸다는 ‘아바타’라는 영화를 보았다. 작품성이나 그 내용 때문에 폄하하는 분들도 있지만 단순한 내게는 그저 멋진 영화였다. 그런데 상상을 초월하는 스토리 전개와 영상보다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것은 “모든 에너지는 갖는 것이 아니고 잠시 빌리는 것이다. 다 쓰고 언젠가는 다시 돌려줘야 한다.”는 대사였다. 그것은 우주 삼라만상이 모두가 예외 없이 인연화합의 결과물일 뿐이라는 불교 경전의 말씀과 너무도 닮았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겉모습으로는 천차만별일지 몰라도 그 본질에 있어서는 모두가 똑같이 평등하다는 것이 불교의 기본입장이기 때문이다. 

엊그제는 많은 사람들에게 ‘무소유’라는 의미를 가르쳐 주신 법정스님께서 열반에 드셨다. 어떠한 인연 때문인지 근래에 한국을 대표하는 몇몇 분들의 이별소식은 모두를 안타깝게 한다. 요즘이야말로 바른말 해주는 큰 어른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하기에 너무도 한꺼번에 가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가슴 한 가득이다. 읽은 지 오래되어 가물가물 하지만 나는 스님께서 말씀하신 ‘무소유’란 무일푼으로 아무 것도 갖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부족함이 없음을 알아차리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천석꾼은 천 가지 걱정 만석꾼은 만 가지 걱정이 있다고 했던가.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가 아니라 가진 것에 얼마나 만족하느냐가 부에 대한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그 ‘만족함’이다. 내가 갖고 있는 소유물에 대한 만족함의 정도에 따라 나의 행복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몇 년 전 신도들과 함께 인도로 성지순례에 갔을 때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렵게 생활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또한 가는 곳마다 일행들 주위로 어느 샌가 모여 구걸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우리는 행복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여행을 마치면서 내린 결론은 행복의 기준은 제삼자인 우리가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인터넷이 없고 핸드폰이 없어도 넉넉하진 못해도 부족함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면 그들에게 삶은 행복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베풀거나 도와준다는 것은 조금이라도 더 여유로운 사람들의 몫이다. 그런데 우리는 휴전선 너머 북한 주민들이 객관적인 자료로 판단해 보아도 참으로 위기의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우리의 기준으로 생각해 보건대 우리의 도움이 우리가 원치 않은 용도로 쓰일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외면한다는 것은 너무도 염치없는 것 같다. 쓰레기로 버려지는 남은 음식물 처리가 골치인 우리에게 자동차로 몇 시간 거리에서 굶어 죽어가고 있는 같은 민족이 있다는 것을 왜 인정하지 못하고 외면하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최악의 자연재해로 고통을 겪고 있는 외국을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우리 민족의 아픔을 해결해 주려는 노력도 필요하지 않을까. 

‘베품’에 있어서는 그 어떠한 전제조건도 있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 ‘베품’은 더 있고 더 힘 있는 쪽의 몫이다. 하물며 남이 아니지 않은가. 가끔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북한에서는 지금 굶어 죽는 사람까지 생긴다고 하니 이보다 더 중요하고 급한 일이 없을 듯한데, 남한에서는 아이티와 칠레의 불행이 더욱 여론의 중심에 있는 것 같아 왠지 모를 아이러니를 느끼게 된다. 과거 우리 민족에게 씻을 수 없는 큰 상처를 주었던 일본의 천황에게 머리를 숙이고 독도 문제를 얼버무리며 민족의 자존심을 망각하면서, 왜 영원한 적이란 없다는 세계의 관계 속에서 단지 북한만이 유일하고 영원한 적이어야 하는지 묻고 싶다. 

민족의 통일을 방해했던 거대한 두 나라인 옛 소련과 중국과는 국교를 수립하고 우호관계를 맺으면서 그들과 같은 편이었던 북한만은 같은 민족이지만 용서를 못하고 영원한 적으로 남아야 한다는 논리는 더 이상 설득적이지 못하다. 언제인가 결국은 한민족으로 통일되어야 할 우리 아니던가. 베풀 때에는 이것저것 잴 필요가 없다. 당장 같은 민족이 굶어 죽는다는데 다른 용도로 쓰일지도 모를 우려 때문에 지원을 지체하는 것은 차라리 죄악이다. 지난 두 정권에서 10여 년 동안 이뤄온 긴장 없는 남북관계가 이번 정부의 출현 이후로 일부 기득권 세력의 어리석고 편협한 사고방식으로 무너져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민족의 고통과 아픔을 이념과 사상이라는 눈가리개로 외면하지 말고 서로 보듬으며 언젠가 올 평화통일의 그 날을 하루라도 빨리 앞당기기를 진정으로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