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긴급 기자회견>

‘전쟁 불사’의 대북초강경 정책 즉각 중단하라

어제 천안함 침몰을 북한 도발로 규정한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와 함께 외교·통일·국방 등 관련 장관들도 줄줄이 대북초강경정책을 내놓았다.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남북간 교역과 교류 전면 중단은 물론 북한 선박의 남한 해상교통로를 차단하고 유사시 즉각적인 자위권을 발동하며, 천안함 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 추진과 한미동맹과 군 전력 강화 등 군사적 조치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북심리전 재개와 함께 북한이 방송시설 격파사격에 나서면 즉각 자위권을 발동하겠다며 남북관계를 극한대치로 몰고 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해 정부 당국이 내린 결론과 별개로 대부분의 국민들은 아직도 설명되지 않는 여러 가지 의문을 가지고 있다. 정부는 공권력까지 동원하여 국민들의 의혹 제기를 막으려 하지만, 합조단의 조사 결과에는 합리적 양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제기할 수 있는 의문이 곳곳에 숨어 있다. TOD 동영상과 교신기록을 비롯한 핵심 정보가 차단되고 있는 것은 물론, 북측 동향을 비롯한 많은 부분이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가설과 추론에 근거하여 결론 내려지고 있다.

더욱이 이 사건의 엄중함에 비추어볼 때, 정부의 대응조치는 추가적인 정보공개와 철저한 조사, 국회의 국정조사 등을 거친 후에 이루어져도 결코 늦지 않다. 또한 정부가 내놓는 대응조치들은 대부분 과거의 남북합의를 파기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그것은 여야는 물론 국민적 동의과정을 거쳐 추진해야 할 사안들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렇게 서둘러 결과를 발표하고 정치권의 합의도 없이 일방적인 초강경대응을 추진하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 특히 이런 섣부른 발표와 대응조처들이 만약 안보정국으로 지방선거를 치르려는 이 정부의 ‘정략’ 때문이라면 그것은 응당한 국민적 심판을 받아 마땅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제 당국의 발표에서 무엇보다 염려스러운 것은 남북 당국 간의 초강경 조처가 군사적 충돌로 현실화할 위험성이다.

북한책임론을 전제로 대통령과 정부당국이 공언한 일련의 조처가 실행될 경우 한반도는 곳곳에서 일촉즉발의 전쟁 위험이 현실화하게 된다. 전쟁 불사를 선동하는 일부언론의 논조는 참으로 ‘철없고 위험천만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천안함 발표만으로도 환율이 폭등하고 주가가 출렁이는 ‘북한 리스크’가 엄연한 게 우리 현실이다. 국지적 충돌이 대규모 군사행동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지금의 상황은 국민의 안전은 물론 한국경제에도 치명적인 후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미국의 전쟁 시뮬레이션에 의하면, 한국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개전 초기에 즉각 500만 명 이상의 인명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수백만의 형제와 가족을 잃고 모든 경제 기반이 파괴된 뒤에 얻을 ‘승전’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동족의 피로 산천을 물들인 한국전쟁의 그 참혹함을 결코 되풀이할 수 없다. 민족의 운명을 도외시하고 ‘한판 붙어보자’는 식으로 국민을 선동하고 나서는 자들이야말로 국법으로 엄단할 반역자들이다.

오늘 이 엄중한 위기의 원인은 분명하다. 지난 정부들이 이룩한 남북관계의 성과들을 전면 부정하고 대화와 소통 대신 대결과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켜온 이명박 정부의 적대적 대북정책에서 오늘의 위기가 산생(産生)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시기에 이루어진 남북 당국 간의 합의들, 특히 남북의 정상들이 합의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휴지조각으로 만들고 한반도의 시계를 완전히 냉전체제 이전으로 되돌려 놓았다. 정부 발표대로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면, 그 일차적 책임은 당연히 북한이 져야한다. 그러나 대립과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이 사건의 유발 원인을 제공하고 궁극적으로 남북관계 관리에 실패한 이명박 정부 역시 이번 사건의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의 대통령 담화가 아무런 성찰과 사과 없이 공격적 대북억제책만 나열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우려스럽다.

민족이 공멸의 길로 가는 시나리오는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정부는 대결과 전쟁위기를 고조시키는 발언과 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추가적인 정보 공개 및 예정된 국회의 국정조사 협조 등을 통해 천안함 사건의 진상을 한점 의혹 없이 밝히는데 우선 힘을 쏟아야 한다. 특히 남북 양 정부는 한반도를 전쟁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는 군사적 조치들의 실행은 반드시 유보해야 한다.

또한 남북교류와 교역의 전면 차단, 나아가 인도적 지원마저 사실상 원천봉쇄하는 조치는 90년 이전의 냉전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어떤 경우에도 남북은 최소한의 대화와 교류의 끈을 유지하고, 순수한 인도적 지원 사업은 중단없이 추진되어야 한다.

우리 6.15남측위원회는 눈앞에 다가오는 파국을 막고 한반도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지키기 위한 모든 국내외 양심세력들의 적극적 실천과 연대를 간절히 호소한다.

2010. 5. 25.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