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사건을 생각함.

 

박길용(6.15안양본부 상임대표)

 

3월26일 백령도 서남 1마일 해상에서 해군의 초계함이 침몰하였습니다. 승조원 104명 중 실종자는 46명, 구조자는 58명입니다.

30일 밤,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던 UDT 대원 한주호 준위가 작업 도중 실신해 후송치료 중 사망 순직하였습니다.

4월 2일, 수색작업을 돕던 쌍끌이 어선 금양호 98호가 실종되었습니다.

4월 3일, 금양호 선원 김종평씨의 시신이 발견되었습니다. 이어서 인도네시아인 선원 유수프 하에파 씨와 람방 누르카요 씨의 시신도 발견되었습니다.

4월 3일, 실종자 가족측이 수색작업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고, 해군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지금까지 사건 개요는 대략 이러합니다. 침몰원인으로 크게 북한공격설과 사고설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사고설에도 북이 고의적으로 매설한 기뢰라고 보아 이 또한 북한공격설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4월 2일 김태영 국방장관이 기뢰가능성 보다 어뢰 가능성이 높다고 국회에서 답변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vip 메모에는 친절하게도 “침몰 초계함을 건져봐야 알 수 있으며 지금으로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고 어느 쪽도 치우치지 않는다고 말씀해 주시라“고 주의를 보냈다고 합니다.  

군은 북의 반잠수정이나 잠수함의 공격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하면서 동시에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상호 모순된 설이고 하나마나한 말입니다. 미국은 애초에 북의 개입은 증거가 없다고 했고, 청와대도 이에 동조하였습니다. 그런데도, 보수언론은 연일 북 개입의 가능성을 확대재생산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억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몇 가지 짚어야할 대목이 있습니다.  

군과 정부는 몇 가지 정보를 독점하고 공개하지 않고 있는 점입니다. 앞으로 초계함이 인양되어도 함체 절단면을 외부에 공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의혹을 푸는 단초가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의혹과 음모론이 번지는 것을 막고 잠재워야합니다. 이는 군과 정부가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  

이 정부는 ,운하를 그만두겠다고 했다가 4대강 사업이라고 하면서 포기하지 않는 것처럼, 사실은폐와 말 바꾸기를 계속 해 왔습니다. 의혹과 억측이 난무하게 된 한 원인이 그 간의 정부 행보에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남한에서 주장하는 이른바 북방한계선(NLL)은 1953년 이래로 남북이 언제라도 군사적 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지역입니다. 실제로 세 차례 서해교전으로 우리는 아까운 젊은이들의 희생을 치뤘습니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맺은 10.4 정상회담 선언문에서 서해상의 평화협력지대를 명시하였고, 남북은 서해에서의 우발적 충돌방지를 위해 공동어로수역을 지정하고 이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들기로 합의하였습니다.

10.4 선언이 이행되고 서해에서 군사적 긴장과계가 해소될 수 있었다면, 이번 사건은 예방되었거나 최소한 억측과 의혹의 많은 부분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북의 공격설이 설득력이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결과에서 아무런 이득도 취할 수 없는데도 도발을 자행했다면, 참으로 멍청한 짓입니다. 북의 의도를 짐작할 아무런 단서도 아직은 떠 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본래부터 악한 집단이라서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다는 가설은 설득력이 없어 보입니다.  

더 이상 웃으며 우리 곁으로 살아 돌아올 것 같지 않은 우리 젊은 병사들을 생각하면, 아직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편히 잠자리에 드는 것조차 죄스럽습니다. 시신이라도 더 이상 차가운 물밑에 두지 않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