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공동선언 발표 10주년 기념사

분단 반세기동안 좀처럼 열릴 것 같지 않았던 철의 장막이 10년 전 오늘 남측 김대중 대통령과 북측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합의로 역사적인 6.15남북공동선언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공표됨으로써 7천만 우리 동포들의 가슴 깊이 쌓였던 반목의 감정이 봄 눈 사라지듯 한순간에 녹아 내렸습니다. 50여년 천만이산가족의 한 맺힌 그리움과 동족상잔의 전쟁으로 가족을 잃어버린 유가족들의 서러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가 있었던 우리민족의 위대한 쾌거였습니다.

6.15선언 낭독을 마치고 남과 북의 두정상이 두 손을 추켜들고 밝고 환하게 웃었던 그 날의 감동적인 장면은 10년이 지난 지금엔들 아니 100년 1000년이 지난들 어찌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드디어 해냈구나! 우리 민족도 이제는 전 세계 어디를 가서도 당당한 민족으로 꿀릴 것이 없겠구나! 진정으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갈망하는 우리 민족이라면 이러한 감정을 어찌 느끼지 않았겠습니까?

1945년 36년간의 치욕적인 일본제국 통치하에서 벗어나 해방을 맞이했으나 미국과 소련 등 강대국의 세력다툼으로 38선으로 분단되어 동족상잔의 어리석은 전쟁으로 수백 만 명의 인명 피해를 낳았고 남북의 산하는 초토화가 되었으며 전후에도 극한 대결과 반목으로 전쟁의 공포 속에 천문학적인 군비를 쏟아 부으면서 이제 6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역대 대통령에 따라 멸공통일, 반공을 국시의 제일로 내세워 통일을 이루려고 했으나 국지적인 전쟁과 적대관계 외에 통일을 향한 무슨 진전이 있었습니까? 박정희 대통령 시절 남측의 이후락 중앙정보부장과 북측 김영주 조직부지부장과의 사이에 자주원칙, 평화통일의 원칙, 민족대단결의 원칙 등 7개항의 7.4공동성명을 발표하여 화해무드가 조성되는 듯 했으나 후속 합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았고 국회비준을 통과 시키지 못해 사문화되었습니다.

그 후 노태우 대통령 시절 평화교류협력을 위한 만남으로 29차례에 걸친 남북조절위원회가 개최되어 마침내 1992년2월19일 4장26조의 남북기본합의서가 남측 대표 정원식 국무총리와 북측 대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정무원총리 연형묵이 함께 서명했으나 정부가 기본합의서를 이행할 자세가 되지 않았고 역시 국회 비준을 얻어내지 못해 사문화 되었습니다.

그러나 2000년 6월15일 남측 김대중 대통령과 북측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합의에 의한 6.15남북 공동선언은 전후 최초의 남북 정상의 만남을 통한 공동선언이었고 이후 8년 동안 남과 북 사이에 백만 명이 넘는 인적 교류가 이루어졌습니다. 남북 문화와 인적, 물적 교류에 따라 상호 이해와 신뢰의 터전을 마련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습니다. 또한 이산가족상봉과 금강산관광사업, 개성공단사업 등 경제교류도 점진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어 통일을 향한 준비가 탄탄하게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서 7천만 우리 민족은 평화통일에 대한 부푼 희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6.15남북공동선언은 국내외적으로 모든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감동을 준 선언이었습니다. 6.15공동선언은 한반도에 전쟁의 먹구름을 걷어내고 평화를 선언하는 파란 신호등이었습니다. 한반도 평화는 곧 동북아평화에 기여하고 나아가서 세계평화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6.15공동선언에 의한 전 세계적인 감동은 곧 김대중 대통령에게 우리민족 최초의 노벨평화상을 안겨주었습니다.

이 땅을 살아가는 우리들끼리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고 우리들의 후손들이 영원히 살아갈 한반도평화를 정착하기 위해서 6.15공동선언은 정치적, 종교적, 이념적 모든 장애요인을 초월하여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계층이 성실하게 계승하고 발전시켜나가야 할 소중한 가치입니다. 전쟁광이 아니라면 그 어느 누구도 6.15공동선언을 반대할 이유가 없고 거역해서도 안 되는 것입니다.

오늘 6.15공동선언 10주년을 맞이하여 6.15공동선언의 소중한 가치를 재인식하고 이 시대 이 땅을 살아가는 우리민족끼리 지혜롭게 전쟁요인을 깨끗이 걷어내고 한반도평화를 이루기 위하여 6.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국민운동을 적극 전개할 것을 간청하면서 기념사로 가름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인천본부 상임대표 이강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