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전북본부 '한상렬 목사의 귀환에 즈음한' 논평

지난 6월 12일, 닫히려 하는 남북 화해의 문에 끼어서라도 6.15를 살리겠다며 북녘 땅을 밟은 한상렬 목사가 오늘 오후 판문점을 통해 귀환한다. 검찰과 공안 당국은 한상렬 목사에게 국가보안법 혐의를 적용할 예정이고 보수 언론과 단체들은 그를 배신자로 낙인찍고 연일 성토하고 있다.

또 다시 이 땅에 살아난 분단과 냉전의 망령이 상식과 양심, 이성을 마비시키는 광란의 춤판을 벌이는 작금의 현실 앞에서 착잡한 심정을 금할 길 없다. 우리는 이성을 회복해야 한다. 양심의 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어떤 현실에 있으며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성찰하고 토론해야 한다.

첫째, 진정 비판받아야 할 사람은 뻔히 예정되어 있는 투옥과 시련을 각오하고 남북의 끈을 이으려 했던 한상렬 목사가 아니라 남북관계를 악화시키고 역사를 후퇴시킨 사람들이다.

한상렬 목사가 허가를 받지 않고 북으로 갔으니 교류협력법을 위반했다고들 한다. 그러나, 정부와 당국자들은 헌법을 지키지 않고 있다. 헌법에는 정부와 대통령이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음이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현 정부와 대통령은 10년 동안 잘 발전되어오던 남북관계를 파탄시키고 후퇴시켰다. 심지어는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데 앞장서야 할 통일부가 나서서 긴장을 조성하고 민간 차원의 남북교류까지 차단해왔다. 한상렬 목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열었던 남북화해의 문이 이렇게 허망하게 닫히는 것을 볼 수 없어 방북을 결행한 것이다.

권력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부당한 처사에 대해 저항한 이들은 그로 인해 고초를 당하지만 결국 역사 앞에 승리자가 되어 왔다. 대한민국 검찰은 한상렬 목사를 교류협력법, 국가보안법 위반을 적용하여 구속하고자 한다. 그러나, 역사는 현 정부와 사법당국에게 민족의 평화통일을 가로막은 죄를 엄중히 묻게 될 것이다.

둘째, 한상렬 목사의 행동과 말에 색깔을 덧씌워 이념 대결을 불러 일으키려는 시도는 중단되어야 한다.

보수 언론과 단체들은 한상렬 목사가 북에 가서 북의 체제를 찬양하는 발언을 하고 대한민국을 비난하여 국가 위기를 불러 일으켰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북의 <체제>를 찬양하지 않았다. 다만 함께 살아야 할 동반자인 북을 이해하고자 했을 뿐이다. 그가 비판한 것은 대한민국이 아니다. 현 정부의 정책과 행동을 지적했을 뿐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북에 대해 좋게 말하는 것을 금기시하거나 비정상으로 여기는 우리 사회의 관행이다. 또한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면 무조건 반체제 인사라고 몰아가는 극단적인 사고방식이다. 그것은 국가보안법이 우리에게 심어준 비상식적이고 반이성적인 사고체계이기도 하다.

한상렬 목사는 자신이 북의 좋은 점을 말하는 이유를 하나가 되기 위함이라고 주장한다.

“제가 말하는 '친북'은 북녘을 깊이 이해하고 다양한 견해와 관점이 있더라도 동포애로 함께 인내하며 나감으로써 친해지는 그런 친북입니다. 맹목적인 것이 결코 아닙니다. 저는 북녘동포들에게 친남하라고 권유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부지런히 친남친북해야 합니다. 연남연북으로 연애하며 하나가 됩시다.”

셋째, 한상렬 목사의 귀환을 계기로 우리는 분열과 증오가 아니라 성찰과 평화, 통일로 나아가야 한다.

한상렬 목사의 귀환을 둘러싸고 언론은 보수와 진보의 격돌이 예상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치열한 기도를 통해 응답받은 소명을 실천하려는 성직자,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헌신해온 통일운동가를 이해와 공감으로 맞이하려는 이들이 있을 뿐이다. 또한 분단의 상처와 냉전의 이념을 벗어나지 못하여 북과 하나되자고 외치는 이를 증오하고 비난하는 이들이 있을 뿐이다. 혹은 이들을 부추겨 공안정국을 조성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존재할 뿐이다. 이 또한 분단이 낳은 아픔이고 어두움이다.

이에 대해 한 목사는 이렇게 호소하고 있다.

“그리운 해외동포, 북녘동포 여러분 사랑합니다. 저를 아는 남녘동포, 저를 모르는 남녘동포 여러분 모두 사랑합니다. 저의 견해와 관점과 다른 뜻을 가지신 분들도 사랑합니다. 우리 민족은 이미 한몸입니다. 그 어떤 것 그 무엇으로도 갈라놓을 수 없는 이미 한몸민족입니다. 한몸이 바로 현실이요, 한몸이 생명이요, 한몸이 평화입니다.”

피를 나눈 형제가 살고 있는 곳을 찾아가 그들과 눈을 맞추고 마음을 합하며 평화와 통일을 논하는 일이 죄가 되는 사회, 그런 일을 한 이웃을 빨갱이라는 이름으로 증오하고 비난하는 사회, 오늘 우리가 성찰하고 극복해야 할 것은 바로 그것이다.

2010년 8월 20일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전북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