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한옥자(전 경기여성단체연합 대표)

 

초등학교 시절 국어책에 나온 내용으로 기억한다. 키다리 아저씨라는 동화를. 키가 큰 아저씨가 혼자 살고 있는 집은 아이들의 놀이터 일 뿐 아니라 새와 토끼, 강아지의 천국이었다. 그 집 정원에는 항상 웃음이 넘치고 가끔은 유리창을 깨는 등 대형 사고를 치지만 햇살이 그득한 그런 집이었다. 그런데 그 집 주인인 키다리 아저씨는 너무 시끄럽고 정신이 없어 고민하다가 아이들이나 새, 토끼가 못 오도록 하기 위해 담을 높이 올리는 공사를 한다. 그 후 그 집에는 아이들이 드나들지 못하면서 웃음이 끊기고, 예쁜 동물들도 얼씬거리지 못하고, 새 조차 날이 들지 못하게 된다. 하물며 햇빛조차 못 들게 되면서 그 집은 차츰 얼음으로 뒤 덮이게 된다. 일년 내내 겨울이 지속되는 겨울 공화국이 되었다. 이야기는 이렇게 계속된다.

그런데 지금 주인이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주변 이웃이 억지로 높은 울타리를 쌓아 올려 겨울공화국이 된 집이 있다. 동토의 땅이 된 집이 있다. 전기가 끊기고, 원유 공급이 안되 기초 산업이 돌아가지 못하고, 무엇보다 당장 식량이 부족해 올 춘궁기를 넘기는게 심각한 상태라고 한다. 자기 손으로 쌓아 올린 키다리 아저씨 집은 스스로 그 담을 허무니 다시 새들이 모여들고 아이들이 몰려들면서 사계절 꽃피는 아름다운 천국이 되었다고 하지만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웃이 쌓아 올린 그 담은 스스로 담을 허물수 없을 뿐 아니라, 그 담을 허물기 위해 어떤 시도도 못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 그 집에서는 살 방법을 모색하면서 그래도 과거 친분이 있던 집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기도하고, 한편으로는 이 난국을 해결하는 길이 힘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새총을 만들고, 담 허물 묘안을 짜기도하고, 일거에 이 담 허물기를 결행할 획기적 방법을 모색하기도 한다. 이런 살아남기 위한 시도가 담장 넘어 이웃에 알려지면서 이웃은 난리가 났다. 마을 회의에서는 담을 더 올리고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속된말로 ‘짜웅’을 한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제일 문제는 그 집 주인에게 자주권이고, 민족적 자존감이고, 국가 위신이고 다 버리고 납작 엎드리면 자기가 다 해결해 주겠다는 옆집에 살고 있는 쌍둥이 형제이다. 한때 주변사람들 농간으로 투닥거리며 싸운 적은 있지만, 그래도 피를 나눈 형제인데 남보다 더 가혹하다. 형제집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그 집에서 일어나는 일을 침소봉대하여 형제를 고립시키는데 가장 앞장서고 있다. 보다 못한 이웃들이 좀 도와주려하면 쌍둥이 형제는 쫓아다니며 말리기에 급급한다. 요즘 좀 살만 해진 쌍둥이 형제는 두둑해진 주머니가 힘이 되었다. 돈을 미끼로 ‘그랜드바겐’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말을 하면서 담장 쳐진 쌍둥이 형제에게 항복하라고 강요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해결하고 잘 살게 해준다고 한다. 그런데 이를 보다 못한 그 마을 사람들조차 이제는 담을 좀 낮추어 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다. 내가 알지 못하는 숨겨진 많은 내용이 있겠지만 미씨 성을 가진 사람이나, 중씨 성을 가진 사람이 가난과 고립으로 고통 받는 그 집과 관계를 트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쌍둥이 형제다. 다른 쌍둥이가 어려울 때 피를 나눈 형제로 함께 살길을 모색하기보다는 그 형제를 비난하고, 따돌리고, 고립시킨 쌍둥이는 이번에도 여러 채널을 통해 과거의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일의 진행을 방해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잘해보려는 사람들은 함께 벽을 쌓은 입장에서 눈치를 안볼 수 없는 상황이지만 점차 논의의 장에서 쌍둥이 형제를 밀어내는 느낌이다.

그러나 이제 다시 생각해야한다. 지금 36년 동안 우리민족을 괴롭혀온 일본도 용서하고 함께 나아가는데, 하물며 피를 나눈 쌍둥이 형제와 투닥거리며 싸웠다고, 기대가 못 미쳐 섭섭했다고 50년 이상 이리 증오하며 살 필요가 있나? 갈등은 또 다른 애정의 표현이라는데 이제는 화해와 협력의 길로 앞장서 또 다른 쌍둥이 구하는데 앞장서야하지 않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원하는 쌍둥이 모습으로의 협력이 아니라 그들이 원하는 관계를 만들도록 국제 사회를 설득하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