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된 한반도에 봄은 오는가

   

안신정(6.15안양본부 사무국장)

 

만물이 약동하는 3월이다. 겨우내 잠들었던 생명들이 봄을 준비하고 겨우내 움츠렸던 우리의 마음도 봄을 맞아 기지개를 펴는 때가 바로 이맘때가 아닌가 한다.

그러나 언제나 3월이면 새로운 생명이 약동하는 봄기운과 다르게 키-리졸브 한미합동군사연습이 시작된다.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한미합동군사연습이 일상적인 방어연습, 의례적인 군사훈련 정도로 인식할 뿐 그 위험성에 대해 잘 알고 있지 못하다.

키-리졸브 한미합동군사연습은 한미연합사가 “연합사의 한국 방어능력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발표한 것과 다르게 한반도에서 전면전을 상정, ‘북한 정권 제거’와 ‘북한 점령’을 작전목적으로 하는 작전계획 5027에 의해 진행되는 것임이 밝혀졌다.

이에 북측은 7일, 판문점 대표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키리졸브/독수리 군사연습’을 비난하며 ‘비핵화 중단과 남북, 북미간 군사대화 단절’을 선언했으며 8일에는 북한군 최고사령부가 ‘보도’를 통해 전군에 ‘전투동원태세’와 ‘고도의 격동상태를 견지하라’는 명령을 하달했다고 한다. 이런 북측의 반응은 북이 얼마나 한미군사연습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지를 보여준다.

만일, 미국이 인천상륙을 상정하여 해마다 군사연습을 진행하고 있다면 당신은 마음 편히 그 군사연습이 정당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가. 일본이 서울점령을 목적으로 하는 전쟁연습을 대규모로 진행한다면 그럴 수도 있다며 고개를 끄덕일 것인가. 

역사 이래 모든 전쟁의 가장 큰 희생자는 여성과 어린이였으며 그 속에 생산은 없고 오로지 파괴만 있을 뿐이다. 인권의 파괴, 생산의 파괴, 환경의 파괴 그것이 전쟁의 본질이다.

비단 전쟁 자체 뿐 아니라 전쟁을 준비하는 과정에도 파괴행위는 일어나고 있다.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을 위해 평택의 농민들은 고향을 빼앗겼다. 2001년부터 2005년까지 한미군사합동연습에 우리 정부가 미국에 지불한 비용만 130억원이 넘었고, 2008년 연합연습 비용 중 워게임 모의센터 사용료만 47억원이라고 한다. 이 엄청난 국민의 혈세가 생산과는 전혀 무관한 전쟁연습에 쓰이는 것이다.

물론 어느 나라이건 자위를 위해 국방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분단이란 상황 속에서 우리는 국가예산에서 16.2%라는 엄청난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다.

국가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

한국

16.2%

3.1%

영국

4.8%

1.9%

프랑스

4.2%

2.1%

일본

2.5%

0.9%

독일

2.7%

1.3%

이탈리아

3.4%

1.6%

캐나다

6.8%

0.9%

이 국방비를 다른 나라의 수준으로 낮춘다면 요즘 떠들썩한 무상급식 비용이며, 대학생들의 살인적인 등록금도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 들어 삭감된 복지예산을 오히려 증액할 수 있을 규모이다. 

어느 시인은 봄을 이렇게 노래했다.

“꽃다지 꽃 노랗습니다 / 산수유 개나리 / 낮은 민들레꽃 노랗습니다 / 지친 아내 얼굴도 노랗습니다 / 일 끊겨 넉 달 / 오늘도 새벽 로타리 허탕치고 돌아서는 / 노가다 이십 년 / 내 인생도 노랗습니다 / 말짱 황입니다 (김해화, 노란봄)” 

한편에서 천문학적 예산을 들여 진행하는 전쟁연습이 일어나고 다른 한편에서 우리 서민들은 점점 살기 팍팍해지는 살림살이 속에 정말 말짱 황인 봄을 맞이하고 있지는 않은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며 식민지 조국을 아파했던 이상화 시인의 말대로 평화와 희망을 꿈꿀 수 있는 한반도의 봄은, 분단이란 상황에서 과연 찾아오고 있는지 되물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