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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회담’과 ‘성전’이 시사하는 것
<장창준의 통일돋보기 18> 북, 강력한 정상회담 요구 메시지
2010년 01월 18일 (월) 09:55:19 장창준 http://onecorea615.cafe24.com/xe/tongilnews/mailto.html?mail=tongil@tongilnews.com

숨가쁜 한주였다. ‘평화회담’과 ‘성전’. 사전적으로 정반대의 위치에 있는 두 낱말이 4일의 시간 차이를 두고 북측에서 공식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평화회담 제의에 대해 써놓았던 글도 다시 지워야 했다. ‘성전’이라는 표현이 주는 무게감 때문이었다.

외무성이 발표한 평화회담의 세가지 메시지

하나하나 정리해 보자. ‘평화회담’은 북 외무성 성명으로 발표되었다. 북측의 평화회담 제의는 세가지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우선 주목해야 할 것은 ‘당사국들’이라는 표현이다. 협정문 상으로는 정전협정 당사국은 엄밀히 말해 없다. 있다면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 유일하다. 조선인민군, 중국인민지원군, 유엔군이 서명 주체이기 때문이다. 중국인민지원군은 중국의 정규군이 아니다. 미국이 유엔군의 절대다수를 차지했지만 정전협정 상에는 미합중국이라는 단어 역시 없다. 유엔군사령부, 유엔군총사령관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 표현은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준다. 광의의 해석을 한다면 중국과 미국 정부는 정전협정 당사자이다. 광의의 해석을 좀 더 연장한다면, 유엔군의 작전지휘 아래 전쟁을 수행했던 한국 역시 당사자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의 참여는 유보해 놓고 있다는 메시지이다. 한국 정부는 참여할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바로 다음날 중국 대사의 발언이 그것을 확인해 주었다. 최진수 주중북한대사는 한국 정부와 관련해 "휴전협정에 반대해 조인하지 않고 현재도 (한국이 협정에) 반대하는지 어떤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즉 한국정부의 입장 여하에 따라 평화회담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준 것이다. 이것이 평화회담 제의의 첫 번째 메시지이다.

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구절은 “그(9.19 공동성명에 명시되어 있는) 행동순서를 지금까지의 6자회담이 실패한 교훈에 비추어 실천적 요구에 맞게 앞당기면 될 것”이라는 대목과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조미적대관계를 해소하고 조선반도비핵화를 빠른 속도로 적극 추동하게 될 것”이라는 대목이다.

여기서 ‘행동순서’는 보즈워스 특별대표가 평양 방문 후 했던 ‘sequencing’과 동일한 의미이다. 지난 달 평양을 방문했던 보즈워스가 언급했던 것이다. 보즈워스는 16일 워싱턴에서 개최한 브리핑에서 “6자회담이 재개되면 첫 번째 과제중 하나는 비핵화, 새 평화체제 평화협정, 에너지 경제지원, 관계정상화, 동북아 안보 질서 구축 등 요소들의 전반적인 순서(sequencing)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성명에서 북측은 그 구체적인 배열 순서를 제기한 것이다. 그 배열순서에 동의하여 평화협정 회담이 추진된다면 비핵화 역시 속도감있게 추진될 수 있다는 논리로 미국의 수용을 촉구하는 것이다. 이것이 두 번째 메시지이다.

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어쩌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대목이 있다. “평화협정체결을 위한 회담은 9.19 공동성명에 지적된 대로 별도로 진행될 수도 있고 그 성격과 의의로 보아 현재 진행 중에 있는 조미회담처럼 조선반도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의 테두리 내에서 진행될 수도 있다”는 대목이다. 회담 형식은 미국이 결정하라는 것이다. 즉 미국이 평화협정을 위한 회담을 시작하는 데 동의한다면 회담의 형식은 미국이 원하는 대로 수용할 용의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평화협정 회담 개시가 6자회담의 재개 조건은 아니다. 성명에도 나와 있듯이 6자회담의 재개 조건은 ‘재제 해제’이다. 미국이 행동순서에 동의하고 제재를 해제하면 6자회담 재개는 바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 이것이 세 번째 메시지이다.

따라서 외무성의 평화회담 제의 성명은 미국을 대상으로 하여 자신의 요구를 공개적으로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그리고 한국 정부에 대한 메시지를 포함시킨 것은 오바마가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을 설득할 수 있기를 바라는 기대의 반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국방위원회가 밝힌 ‘성전’의 대상

외무성의 성명 발표 이후 북측은 몇가지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보냈다. 남측 당국의 옥수수 1만톤 지원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고 금강산과 개성관광을 재개하기 위한 회담을 제의하기도 했다. 북측 입장에서 보면 ‘굴욕적’이라 할만한 제의를 한 것이다. 남측 당국의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해 남북 관계 개선에 적극적이라는 ‘비아냥’을 무릅쓰겠다는 것이며, 남측 정부의 ‘고자세’도 감내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로 ‘성전’이 선포되었다. 국방위원회가 발표 주체였다. 대상은 말할 것도 없이 남측이다. 그런데 한 가지 주목할 것이 있다. 통일부, 국정원, 청와대까지 언급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없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이는 ‘최고당국자’라는 표현이 한 번 사용되었지만 이 대목 역시 과거 남측 당국자들의 언행을 언급하면서 나온 표현일 뿐이다.

이 부분을 잘 해석해야 한다. 이번 성명은 ‘혁명적 무장력’까지 언급하고, 남측 당국의 ‘철저한 제외’까지 언급할 정도로 강도가 높다. 그만큼 북측 국방위원회는 남측 정부의 ‘비상통치계획’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대남강경론자’들로 구성된 국방위원회라면 무엇보다 ‘이명박 역도’에게 집중포화를 퍼부을 사안인데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째, 북측 국방위원회 역시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여지를 남겨두고 있을 가능성이다. 둘째, 국방위원회의 강력한 표현을 김정일 위원장이 자제시켰을 있을 가능성이다. 외무성 성명에 이어 국방위 성명에도 ‘위임에 따라’ 작성되었다는 표현이 나온다.

그 이유와 배경이 무엇이었건 간에 국방위가 설정한 ‘성전의 대상’은 분명해 진다. 즉 ‘통일부와 국정원의 음모가’, ‘청와대를 포함하여 비상통치계획을 주도하고 뒷받침해온 남조선당국자들의 본거지’가 ‘성전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성전의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위임’의 의미와 효과

두 성명 모두 ‘위임에 따라’ 작성되었다. 말할 나위 없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위임’이다. 외무성과 국방위원회의 성명이 대립되느냐 여부는 물론 중요한 포인트를 제공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두 성명 모두 김정일 위원장의 ‘위임’에 따라 작성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북측의 대미정책이나 대남정책 모두 김정일 위원장이 키를 쥐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미국이나 남측이 북측과의 대화를 원한다면 국방위원장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정세는 다시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회귀했다. 비록 간헐적이었지만 지난해 8월 이후 불어왔던 남북 사이의 순풍이 사라질 것이다. 북미 대화와 6자회담 재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객관적 정세는 경색을 넘어 파국을 향해 치닫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객관적 정세의 변화는 ‘북측 지도부’의 결단에 의해 언제든지 바뀔 수 있음을 두 ‘성명’은 시사한다.

결국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다. 남북관계나 북미관계나 정상들이 만나 결단하지 않고서는 어떤 돌발사태가 발생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북측이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북측의 두 성명은 바로 그와 같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현 정세는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정상회담’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 이 글은 새세상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주간통일동향 [통일돋보기 18호]와 동시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