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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자 "보즈워스 방북, 크게 기대할 게 없다"
남성욱 "클린턴 장관 추가 방북해야 성과" 전망도
2009년 11월 29일 (일) 14:11:52 이광길 기자 http://onecorea615.cafe24.com/xe/tongilnews/mailto.html?mail=gklee68@tongilnews.com

다음달 8일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을 앞두고, 정부 당국자들의 전망은 '다소 비관'에 가깝다.

27일 제주평화연구원(원장 한태규) 세미나 계기에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보즈워스 방북에 대해 크게 기대할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미국이 실질 문제를 협의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아 "본안에 대해 큰 진전이 없을 것"이라고 봤다. 게다가 "북한의 교조적이고 비타협적인 자세를 봤을 때는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북한이 매력적인 제안을 한다면 미국이 고민할 수도 있다"고 봤다. "북한이 '6자회담에 나갈 것이다, 비핵화 할 것이다 그런데 무엇을 해줄 수 있느냐'고 하면 미국은 고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북한이 '비핵화하려면 평화협정 논의 하자' 이렇게 나오면 미국은 부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며 "무시할 것"이라고 봤다. 

이 당국자는 '이번 보즈워스 방북은 중국의 주문에 따른 것이며 이후 중국에 대북 압박의 지렛대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빅터 차 전 백악관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 담당 국장의 분석에 큰 틀에서 동의했다. 그러나, 당장 대북 압박보다는 더 시급한 이란문제에서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한 포석이라고 했다.

"미국은 이란이 더욱 어려운 문제라고 본다. 중동과 아프가니스탄 등 정세를 볼 때 이란은 파장이 크다. 실패하면 돌이킬 수가 없다. 농축 우라늄을 러시아로 반출하는 안을 거부함으로써 이란 문제가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 미국은 다음달초부터 이란 제재에 들어갈 것이다. 지금 북한 문제는 후순위다."

이날 세미나 발표자로 나선 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소장도 "(오바마 대통령이 지금) 자다가 깨서 해결하려는 문제가 이란이지 북핵문제겠냐. 후순위로 밀려 있는 게 우리도 아쉽고 북한도 뼈아픈 점"이라고 했다. 그는 보즈워스 대표가 '오바마 친서'를 지참할 수도 있으나 내용이 문제라며, 원론적 수준이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남 소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이(북핵) 문제를 컨트롤하는 상황에서 보즈워스 대표가 재량권이 많지도 않은 상황"이라는 점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요소라고 짚었다. 재량권도 많지 않고 격이 높지도 않은 상대를 두고 "강석주가 핵심적인 얘기를 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추가적인 북.미 고위급 회담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북한에서 헤드라인 주려면 클린턴 국무장관 정도가 한번 더 들어가야지 큰 회담 타이틀이 나오지 않겠느냐"며 12.8 보즈워스 방북에 대해서는 "너무 높은 기대가 실망 가져올 수 있으니 하나의 과정으로" 볼 것을 주문했다. "또 한번의 고위급 회담 통해 6자회담 재개한다고 보는 게 현실적 아니겠나 싶다"는 전망이다. 이같은 시나리오도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올 때를 가정한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오바마 미 대통령이 내년 핵안보정상회의, 핵무기비확산조약(NPT) 검토회의, 중간선거 등의 일정 때문에 "그나마 성과가 있을 수 있는 문제가 북핵"이라 외교적 성과 차원에서 북한과 타협할 수도 있다고 봤다.

이에 대해, 최강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이 공약한 바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핵안보정상회의나 NPT검토회의 때까지는 북한에 양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도 오바마 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북한과의 협상에 큰 관심이 없다고 전했다. "게리 새모어나 로버트 아인혼 같은 사람들은 북한에 두 번 당했다는 경계감이 있고, 북한 문제에서 성과를 기대하느니 NPT 유지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는 것이다. "북핵 서두르다가 이란문제에서 걸린다"는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29일 정부 고위당국자도 기자 간담회에서 "2번 (북미대화)하고 6자회담에 나오겠다는 아무런 신호 없다. 그런 보도는 있었으나 리근이 그런 비슷한 얘기를 시사했다는 것은 들은 바 없다"며 6자회담 재개 관련 북.미간 '묵시적 합의설'에 선을 그었다.

"오로지 있는 것은 '미북 양자대화 결과 보고 6자 포함한 다자회담 나올 수 있다' 김정일(국방위원장)의 말이고, 그 앞에는 '미.북관계는 현재의 적대관계가 평화적인 관계로 바뀌어야 한다'라고 함으로써 ''결과를 보겠다는 게 적대관계가 평화관계로 바뀌는 것 보고 판단하겠다'는 쪽으로 들린다. 그것만 있는 것이지 몇 회 접촉하고 어떻게 나오겠다는 말은 없다. 그렇게 보면 낙관적인 전망을 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의 이같은 전망에는 지난 21~24일간 방북했던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장 등 미 외교협회 대표단의 '디브리핑' 내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고위당국자는 "북한의 향후 행보가 긍정적일 것이라 기대할 조짐은 없었다고 느꼈다. (프리처드) 본인은 실망스럽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며 "그것이 앞으로의 행동을 예고하는 것인지 아니면 앞으로의 행동을 위한 '플롯(포석)'인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보즈워스 대표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에 대해 "만나지 않는 쪽에 걸겠다"고 했으며,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가져갈 가능성도 낮게 봤다.

'우리 정부가 북.미관계 진전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 당국자는 "미.북관계의 진전 반대한다던가 거리낌 갖고 있는 것 없다"면서 "구체적으로 가령 북한이 미국에 대해서 관계정상화에 진전 있으면 비핵화에 전향적 태도를 할 것 처럼 보인다면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그 뒤를 둘이서 논의해서 거기서 합의해서 뒤에 추인하게 하는 형식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이지 그런 협의의 내용에 대해서는 그걸 다 6자에 가져와서 그대로 다 합의사항에 넣어서 우리식의 일괄타결방안에 넣어서 수용할 수 있다"면서 "아까 말한 연락사무소 같은 것은 관계정상화가 몇 단계로 나눠지는 것"으로 "그렇게 접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보즈워스 대표는 다음달 6~7일께 서울로 와서 8일 오산 미 공군기지에서 군용기 편으로 방북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석주 북 외무성 부상 등과의 회담을 가진 뒤 10일 서울로 내려와 일본과 중국, 러시아 등에 방북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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