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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에서 고철까지 … 북한서 자원 사냥 [중앙일보]

2006.03.31 05:40 입력 / 2006.04.08 00:33 수정

중국 `동북진흥 프로젝트` 현장을 가다 <4> 중국 `북한 자원도 우리가`

지난해 중국 지린성 3개 기업이 약 14억 달러를 투자, 북한과 공동개발에 들어간 함경북도 무산 철광석 노천채굴장. 사진 출처는 북한 화보 '조선' 2003년 5월호.
'석탄.철광서 고철까지'.

북한 자원을 노리는 중국의 손길이 집요하다. 중국 국무원 판공실은 2005년 6월 '36호 문건'을 발표했다. '동북진흥(東北振興)', 즉 동북 3성 집중 개발을 처음으로 북한 진출과 연계시킨 문서다. 30여 개 조항 중 18조.24조가 북한과의 연계 개발을 규정하고 있다. 중국의 북한 지하자원 사냥도 이런 동북진흥의 일환으로 해석되고 있다.

#사례1=지난 몇 년간 함북 무산철광을 둘러싸고 한.중 간에 저강도 자원전쟁이 벌어졌다. 총 매장량 30억t, 가채 매장량 13억t으로 동아시아 최대의 노천 철광인 무산철광의 광석을 누가 가져가느냐는 경쟁이었다. 전투는 싱겁게 끝났다. 중국의 퉁화 철강그룹, 옌볜 텐츠 철강그룹, 중강그룹(우쾅그룹이란 설도 있음) 3개 회사가 컨소시엄으로 50년 채굴 계약을 맺었다. 정부 당국은 중국 컨소시엄의 총 투자액을 14억 달러(약 1조3000억원)로 평가하고 있다. 중국 측은 전기.기계설비.기술을 제공하고 매년 1000만t의 철광석을 반출한다. 이 경쟁에서 남한은 거의 배제됐다. 대한광업진흥공사(광진공) 관계자는 "2003년부터 무산철광에 의사를 타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철광석 성분을 분석하는 작업을 한 게 전부다.

#사례2=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의 박모(52)씨는 3년 전부터 북한과 자원 거래를 한다. 석탄이 가장 크다. 평남 개천.덕천.북창서 가져온다. 몸을 줄로 묶고 수직 갱으로 내려간 북한 광부들이 퍼낸 석탄을 인부들이 등짐을 지고 날라 쌓아 놓으면 그걸 주로 만포로 모아 가져 나온다. 6000㎈ 상(上)품을 t당 30달러에 사서 33.5달러에 판다. 이 정도 열량이면 지난해 국제시세가 t당 50~55달러다. 한 달에 약 5000~6000t, 약 3000만 위안(약 36억원) 규모의 거래를 하며 그 덕에 박씨의 회사는 지린성 상위 50대 기업으로 부상했다.

#사례3 =산둥(山東)성 초금집단과 양강도 혜산청년 동광도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했고, 지린성 장백초금광업회사도 혜산에 2700만 달러를 투입했다. 푸젠(福建)성은 북한에 15t급 트럭 20대, 지게차 3대, 디젤 100t을 제공하고 무연탄 1만t을 가져 나온다. 단둥(丹東)의 훙샹 무역회사도 '자원 장사'로 성공했다. 3년 전까지 이 회사는 농산물, 기계 제품을 파는 평범한 회사였다. 그러다 트럭 100대를 투입, 안주에서 철을 가져오면서 단둥 수위의 무역회사가 됐다.

중국이 북한의 지하자원을 진공 청소기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중국 세관 통계에 따르면 북한의 철강 수출은 2003년 4670만 달러 수준에서 2004년 7590만 달러 수준으로 늘었다. 광물성 연료의 수출은 전년보다 200% 늘어난 5310만 달러였다. 기타 광물 수출도 6011만 달러로 2003년보다 155% 늘었다. '현금 없는' 북한의 궁한 사정도 중국의 자원 흡수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 북한도 적극적=북한 강원도의 한 발전소는 중국 랴오닝성과 2005년 광물 출하 계약을 했다. 발전소 가동 설비를 제공하면 아연.금.연(납)을 3개 광산에서 캐 준다는 것이다. 황해도 H철강 기업도 중국 다롄의 D 유한공사와 2005년 하반기 자원 출하 계약을 했다. 제철소 가동을 위한 설비를 주면 철광석을 캐서 가공, 각강과 강편.선재 등 철강 제품으로 상환한다는 것이다.

단둥에서 조그만 H무역회사를 하는 조선족 K사장은 2005년 12월 북한 함남의 정평 아연광산 개발 제의를 받았다. 10t트럭 5대, 착암기 등 채굴 설비 20대에 선광 설비, 설비 작동에 필요한 연료와 채굴에서 생산까지 3개월치 식량이 필요했다. 총 투자비 50만 달러를 3년이면 뽑을 수 있다는 계산이 섰다. 아연 정광을 가져 나오면 중국서 100% 팔리기 때문이었다. 20개 중국 기업이 선투자를 하겠다고 붙었다. 현금이 적은 K씨는 포기했다.

중국은 심지어 고철도 놓치지 않는다. 철 가공에 필수이기 때문이다. 단둥의 무역상인 조선족 P씨는 "식량 사정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전동기 뚜껑, 배의 갑판, 광산의 레일 같은 것을 팔러 나온다"고 말했다. 남포.김책.운산항 등에 파철 수출 회사가 있으며, 이런 회사들이 3개 인민반(우리의 통)마다 하나씩 있는 고철 수매소에 현금을 주고 고철을 수집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공장의 멀쩡한 설비가 고철로 둔갑해 나오기도 한다. P씨는 "그래서 황해 제철소, 김책 제철소가 폐허가 됐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단둥.지안=안성규 기자, 유철종 기자

알맹이 없이 추진설만
남북 자원협력은


중국이 북한 자원 사냥에 고속 주행하지만 남한은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다. 자원협력이란 이름으로 남북이 벌이는 사업은 대한광업진흥공사(광진공)의 황해남도 연안군 정촌리의 정촌 흑연광산 개발이 유일하다. 2003년 2월 남한 측 북한광산 개발 창구가 광진공으로 일원화된 뒤 7월 계약이 체결됐고, 2004년 3월 착공식을 해 이르면 올 상반기 중 '물건'이 들어올 예정이다.

2005년 7월 10차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 회담에서는 '남한은 경공업 원자재 제공, 북한은 지하자원 제공'이란 방식이 제기됐었다. 북한은 함남 단천의 검덕 아연광, 마그네사이트.아연.인회석.무연탄.유연탄광 등 모두 10개 광산 개발을 제시했다. 광진공도 금.마그네사이트.철.아연.몰리브덴.구리 등 6개 광물 개발을 제안했었다. 그러나 이후 가시적 성과가 나온 사례는 없다.

말만 무성하다. 광진공이 함남 단천의 대흥 마그네사이트 광산과 검덕 아연 광산 개발을 추진한다는 얘기도 있다. 상반기 북한과 합작 계약을 하고, 3년쯤 뒤 가동을 시작한다는 내용이다. 아연.인회석.철광석.몰리브덴.중석 광산 개발도 염두에 둔다고 한다. 역시 광진공이 무산 철광 시설 현대화에 투자하며, 포스코도 무산 철광석 10만t을 구입할 것이란 얘기도 있다.

29일 광진공은 "북한의 대남경협기구인 민족경제협의회가 다음달 28일 평양에서 남한 측 기업인들을 초청, 투자 설명회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우인터내셔널.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자원개발에 관심이 있는 남측 기업.금융 관계자 11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통일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북한과의 자원협력은 말만 많지 알맹이는 없다"고 말했다.

광물자원 가치 남한 20배
텅스텐 매장량 세계 2위
북한 자원 규모는


북한에는 220여 종 이상의 유용 광물이 부존해 있다. 이 중 매장량과 생산량을 고려해 경제성이 있는 광물만 43종이다. 이 가운데 남북 매장량 비교가 가능한 광물 20종을 2004년 남한의 경상가격으로 단순 평가하면 북한이 2287조원, 남한이 95조원이다. 북한이 남한의 20배가 넘는 자원을 갖고 있다.

북한 광물들은 세계 기록도 갖고 있다. 함북 무산 철광은 아시아 최대 노천 광산이다. 텅스텐.몰리브덴.니켈.망간.코발트.탄탈륨.지르코늄.베릴륨 등 '철의 동료'라 불리는 금속공업의 핵심 원료가 풍부하다. 이 중 텅스텐은 매장량 66만t으로 세계 2위다. 내화물 원료로 대표적 비금속 광물인 마그네사이트광은 매장량 36억t으로 세계 1위다. 금.은광은 일제시대부터 한반도가 '산금국(産金國)'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다.

이런 자원을 바탕으로 광업은 2003년 기준 북한 국내 총생산의 8.3%를 점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