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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기 싫었던 북한, 이런 곳인 줄 몰랐다"

북한여행기 쓴 재미동포 신은미씨 대전 강연... "새해에는 왕래만이라도"
12.11.22 11:45l최종 업데이트 12.11.22 12:05l
<재미동포 아줌마,북한에 가다> 저자 신은미씨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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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를 통해 북한 방문여행기를 연재해 인기를 모은 재미동포 아줌마 신은미(51)씨가 대전 시민과 만났다. 신씨는 21일 저녁 대전기독교연합봉사회관 2층 강당에서 '내 생애 가장 아름답고 슬픈 여행'에 대해 2시간 동안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헤쳤다. 특히 신씨는 이날 강연 말미에 직접 피아노를 치며 노래 실력(성악 전공)을 선보이기도 했다.

다음은 그가 지난 해 10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40일 동안 북한 전역을 여행하고 느낀 여행기의 주요 강연내용이다.

# 방문 이유= "북한을 방문하기까지는 민족, 동포 그런 마음 갖지 않고 살아왔다. 참으로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이 자리 서기도 송구스럽다. 여행 좋아하는 남편이 북한도 우리 나라니까 여행 가자고 적극 설득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반공교육 탓에 북한은 달나라보다 먼 곳, 무시무시한 악당 로봇같은 사람들이 사는 나라라 생각해서 정말 내키지 않는 여행이었다. '당신 혼자가라'고 했다가 아무 말이나 막하는 남편이 북에 가서 하고 싶은 말 마구했다가 다시 돌아오지 못할까봐 사명감으로 가게 됐다. 제가 가지고 있는 북한에 대한 생각을 확인해 보고 싶은 호기심도 있었다."

# 첫인상=
"첫발 내딛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어쩜 이들은 나와 똑같을까하는 동질감이 생겼다. 똑같이 아픔 기쁨을 느끼는 사람들이었다. 같은 언어, 문화, 정서를 공유하고 무엇보다 우리 민족 분단의 아픔을 어깨에 지고 버겁게 살아가는 내가 사랑하는, 내가 사랑해야 하는 동포고 내 이웃이었다. 그 사실을 확인하면서 제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와 너무 달라서 충격에 빠져 공황상태에서 헤매기도 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가졌던 냉소의 벽이 무너졌다. 감동과 감격으로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게 됐다. 우리는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친구, 형제이고 동포라는 사실 확인하고 감동과 감격에 잠을 못 이룰 지경이었다."

# 가장 아름답고도 슬픈 여행 = "아름다웠다. 참으로 순진하고 순박하고 따듯하고 겸손하면서도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 여행을 통해서 민족애와 동포애 그리고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얻게 됐다. 그런데 저와 같은 형제자매 동포가 아주 어렵게 살고 있었다. 그들도 민족분단의 아픈 현실을 겪고 있는 것을 보면서 슬펐다. 북한은 한마디로 아름다운 사람들이 살고 있는 가난한 곳이었다."

# 흥이 많은 DNA=
"모란봉 공원에서 산책하는데, 여기저기서 '한 잔하고 가시라요' '대동강 맥주 한잔 하고 가시라요'하며 따뜻하게 부르더라. 안내원이 '이 분들은 재미동포다'하니까 곧 바로 '유 프럼 아메리카?' 하고 영어로 말을 걸기도 하더라. 사람들이 활발하고 정이 넘치고, 두 세 사람만 모이면 장구 북 가지고 와서 춤추고 그런다. 가무에 능하고 흥이 많은 DNA를 확인했다."

# 가짜 교회? 진짜교회?= "봉수교회에 갔다. 200명 정도 왔는데 특이한 것은 김일성 배지를 달지 않고 왔더라. 교회 올 때는 안 단다고 하더라. 가정교회가 많고 가정에서 예배드린다고 하더라. 가짜 진짜 떠나서 엄청난 커다란 건물과 십자가 밑에서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간다고 진짜라고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집에서라도 진심으로 예배드린다면 그게 진짜 아니겠나 생각했다. 그래서 진짜냐 가짜냐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강연회 참석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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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이 쓰리고 아픈...=
"발길 닿는 곳마다 산은 다 민둥산이었다. 에너지가 부족해 모든 사람들이 나무를 지고 갈 정도다. 사람의 손길 발길 닿는 곳은 다 황량했다. 에너지가 없어서 길에 자동차가 없었고 사람들이 다 걸어 다녔다. 시골에서는 소달구지, 목탄차도 봤다. 처음 봤는데, 그나마도 고장 나서 고친다는 걸 보면서 편안하게 차를 타고 가면서 마음 아팠다. 군인들 모두 남한 중학생보다도 작고 왜소하고, 총이 더 커보였다. 그래서 쟤네들 좀 잘 먹여야겠다 생각했다. 엄마의 마음으로 그냥 군대라도 가야 밥 한 끼라도 제대로 먹으니까 저부터도 군대 보낼 것 같았다. 군대 밥도 옥수수에, 감자… 참 마음이 아팠다. 식량문제가 무엇보다 가장 시급하다 생각했다. 의료문제가 얼마나 시급하냐면, 평양에 제일 좋은 의과대학도 수술하다가 전기가 나가서 수술을 못하는 일이 허다하다고 한다."

# 방문기 이후 달라진 여행풍속도= "예전에는 해외동포들이 순수 여행목적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특히 단체가 아닌 개인여행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남북 관계를 의식해 쉬쉬하는 경우도 많았다. 북한여행기 연재 이후 미국은 물론 유럽 곳곳에서 동포들이 여행을 가고 싶다고 방법을 문의해왔다."

# 남북화해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왕래해야 한다. 마음이 통하면 다 이해할 수 있다. 서로 만나면 눈빛만 봐도 서로 통한다. 감성으로 풀어야 한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식량과 비료, 의약품을 지원했으면 한다. 그만큼 생활여건이 어렵다.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재미동포 아줌마,북한에 가다> 저자 신은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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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격려 글=
"<오마이뉴스>에 첫 회 나가자마자 수십만 독자가 읽어줬다. 좋은 반응이든 나쁜 반응이든 많은 사람이 제 글을 읽어준다는 사실과 통일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생각에 기쁨이 컸다. 좋지 않은 댓글도 많았지만 격려의 글도 많았다. 특히 기억나는 것은 김일성대학을 나온 새터민이 지금 모 언론사에서 일하는데 '이 글도 분명 북한의 모습이다. 누군가는 그런 밝고 따듯한 모습 보여줘야 한다. 감사하다'는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글을 쓸 수 있었다. 30회에 걸쳐 쓰면서 단 한 번도 막힘이 없이 썼다. 의도가 있었다면 단 한 줄도 못 썼을 것이다."

#꼭 하고 싶은 말 = "북한은 가서 사는 데 아무 문제 없는 곳이다. 새해에는 왕래만이라도 했으면 한다. 마음으로는 이미 통일됐다고 생각한다."

#이번 방문 일정은= "어제(20일) 들어왔다. 대전 강연을 시작으로 한반도 통일포럼과 여수, 광주, 대구 등 지방강연, 북한방문기 출판기념회 등이 예정돼 있다. 내달 7일 미국으로 돌아간다."

이날 행사는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대전본부','우리겨레하나되기대전충남운동본부','민주노총대전지역본부통일위원회','대전충청 오마이뉴스대전충청'이 주최했다.

책으로 나온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 가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답고 슬픈 여행'

<오마이뉴스> 연재기사로 인기를 모았던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가 출간됐다.

지은이 신은미씨는 책 머리말에 "이 책은 마음의 눈으로 써내려간 글"이라며 "슬픔의 눈으로 대상을 바라볼 때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솟아남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사랑으로 바라보니 그 어떤 것도 굴절되거나 삐뚤어짐이 없고 어그러짐이 없이 제 모습대로 보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을 소개하는 글에서는 "다시 네 번째 북한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며 "한 가지 바람은 조국의 통일, 남과 북의 어린 아이들이 자라서 서로 총부리를 겨누는 비극이 제발 그만 끝나길 바란다"고 썼다.

책 속에는 수백 장의 북한의 풍경과 인물을 컬러사진으로 담았다. <오마이뉴스> 연재기사에 들어 있지 않은 사진과 글을 찾아내는 것도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네잎클로바, p383, 1만 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