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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북한 금융망 전방위 봉쇄 착수
 유신모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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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BDA 계좌동결 주역’ 레비 차관도 베이징·홍콩 방문
ㆍ말레이시아 이어 中협조 유도… 우다웨이 방미도 주목

미국이 중국과 동남아시아 각국에 산재해 있는 북한 금융망을 봉쇄하기 위한 전방위 압박에 착수했다.

미국은 필립 골드버그 전 볼리비아 대사를 신설한 유엔 대북결의 이행 조정관으로 임명해 중국과 말레이시아에 파견한 데 이어 대북 금융제재의 총책임자인 스튜어트 레비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을 8~10일 중국과 홍콩으로 보낼 예정이다.

레비 차관은 이번 아시아 방문에서 중국과 홍콩에 퍼져있는 북한의 불법활동 관련 계좌들을 동결·폐쇄하는 절차를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레비 차관은 지난 2005년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에 있는 북한 계좌를 동결하고 이를 해제하는 과정까지 주도한 대북 금융제재의 전문가다.

그는 특히 북한의 불법활동에 대한 정보를 상당수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를 바탕으로 중국의 협조를 유도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1784호 통과 이후 국제적 지지를 바탕으로 연일 대북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은 대북 해상 봉쇄와 금융거래 차단에 집중하는 동시에 중국을 제재에 동참시키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금융거래 차단을 위한 노력은 매우 조직적인 모양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18일 자국내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북한의 변칙적인 자금 거래에 주의할 것을 당부하는 경보를 내렸다.

이어 30일에는 북한의 핵개발에 관여한 혐의가 있는 북한의 남천강무역회사와 단천상업은행 등에 대한 금융거래를 중지시키고 자산을 동결했다.

골드버그 조정관과 레비 차관이 중국 방문에 이어 말레이시아와 홍콩을 방문하게 된 것도 동남아 지역에서의 북한 재외공관·기업 활동이 다른 지역에 비해 왕성해 불법자금이 유통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의 대북 강경 행보는 당분간 대화보다는 제재에 집중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일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복귀하고 경제적 번영을 이룰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음을 깨닫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현재 워싱턴을 방문 중인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미국과 어떤 대화를 나눌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6자회담의 모멘텀을 되살리려는 중국은 이번 우 부부장의 방미를 계기로 북·미간 직접 대화 가능성을 타진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우 부부장이 이번 순방을 마친 뒤 평양을 방문해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입장을 전달하고 대화 재개를 위한 대북 설득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유신모기자 simo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