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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현 정부 대북정책이 근본 문제... 예견된 사태"

"대북 정책 전향적으로 바꿔야 하는데" ... "오히려 '북한 버릇 고치기' 나설 수도"

서정환 기자 jhsheo@empal.com
북한이 15일 오후 ‘개성공단 계약 무효’를 선언했다. ‘6.15를 부정하는 한 그것에 기반한 기존의 임금, 토지임대, 세금 등에 대한 혜택을 제공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북한의 이번 조치에 대해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이미 예상됐던 일”이라고 말한다. 남측이 근본문제를 모른 체 하고 기술적인 접근만 시도해왔다는 것이 그 이유다. 또한 전문가들은 "이렇게 된 근본원인은 바로 현 정부의 대북 강경책 때문"이라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4월21일의) 1차 회담 때도 이미 북한은 ‘남한이 성실하게 협상에 임하지 않으면 파국으로 갈 수 있다’고 나왔다”며 “현재로서는 딱히 방법이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홍 연구원은 “이번 일로 입주기업들은 앞으로 북한이 제시하는 어떤 조건이든 수용을 못할 것이며 남측 정부도 문제 핵결 능력을 보이지 못했다”며 “양측 정부가 신뢰를 잃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근본적으로 남북간 고위 회담으로 풀어야 할 문제인데 현재로서는 평양을 향한 채널이 모두 닫혔다”며 당분간 이런 교착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조봉현 기업은행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미 북한은 6월 안에 개성공단 폐쇄를 결정했다”며 “다만 일방적으로 개성공단 폐쇄를 단행할 경우 평양에 입주한 외국기업 등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북측 노동자들의 반발을 우려해 지난 1차 협상을 통해 공을 남측에게 넘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연구위원은 “북한 입장에서는 개성공단 문제가 민족적인 사안이고 6.15 정신에 입각하여 진행해 왔다”며 “현 남측 정부가 이를 무시하니까 당연히 개성공단도 없애겠다고 나선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렇게 된 근본원인은 바로 현 정부의 대북 강경책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 “한국 정부는 6.15를 이행하고 비핵개방3000을 재고하는 등 기존의 대북 정책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신뢰가 깨져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억류된 개성공단 직원 문제도 해결이 더욱 어렵고 장기화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정철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올 게 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북한이 배고프면 협상에 나온다’고 생각했는데, 북한은 자기들이 정치, 군사적으로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경제적 이익은 얼마든지 포기할 수 있다”며 “북한이 돈 몇 푼 더 받으려고 협상을 한다는 것은 착각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정철 교수는 “근본적으로 정치, 군사적인 접근을 했어야 하지만 우리 정부는 다분히 경제적인 문제, 개성공단 자체만의 문제, 각론의 문제로만 접근해 왔다”며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사태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북측 노동자들에게 기숙사를 지어주면 파업이 벌어질 것’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에 대해 미시적으로 접근했던 사례로 들었다.

이 교수는 “오히려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을 빼더라도 북한의 버릇을 고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냐”며 “개성공단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그리 크지도 않아 입주 기업들의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그렇게 대응할 가능성도 크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