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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유엔에서 뺨맞고 북한에 화풀이'
미국, 왜 대북 추가제재 카드 꺼내들었나?
2010년 07월 22일 (목) 18:10:30 김치관 기자 http://onecorea615.cafe24.com/xe/tongilnews/mailto.html?mail=ckkim@tongilnews.com
미 대북제재 발표에 외교부 당국자도 ‘의외’

21일 오후 한미 외교.국방장관회의 결과를 전하는 기자회견장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북한의 핵 확산 방지, 핵 프로그램 재정지원 중단, 도발 활동 중단을 위해 새로운 제재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대북 금융제재 등을 밝혔다. 미리 배부된 공동성명에는 포함되지 않은 미국의 대북 제재조치가 클린턴 장관의 입을 통해 즉석에서 발표된 것이다.

공동기자회견 당일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의 양자 차원의 대북제재 조치에 대해 “검토를 많이 진행한 것 같다”면서도 “언제쯤 발표할지 모르겠다”고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따라서 클린턴 장관의 이날 발표는 외교부 당국자들의 예상보다도 빠르고 강경한 톤을 담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천안함 출구전략’으로 거론되고 있는 6자회담에 대해서도 클린턴 장관은 “6자회담 재개를 우리는 아직 추구하고 있지 않다”면서 “북한이 일정한 조치를 취해서 천안함 책임을 인정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고, 도발적이고 호전적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높은 요구조건을 내걸었다.

로버츠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북한 승계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어쩌면 도발 행위가 있을 수도 있다”고 전제하고 “추가적으로 억지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아직까지 명확한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지만, 그러한 사안이 올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고 맞장구쳤다.

이에 앞서 미국의 외교.국방 장관은 남북 군사대결의 현장인 판문점을 방문해 한미 군사동맹을 강조했고, 전쟁기념관을 찾아 천안함 희생 장병들에게 헌화하기도 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한반도?

이처럼 미국이 한국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 기조에 철저히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를 취했을 뿐만 아니라 보기에 따라서는 한발 더 앞장서 나가는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조선일보>는 한 외교 소식통을 인용 “중국이 군사훈련을 문제 삼자 미국은 중국이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금융 조치로 확실하게 대북제재 의지를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봤다.

실제로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에선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에 ‘천안함 북한 책임’을 명기하지 못했고 한미 합동군사연습을 서해가 아닌 동해로 옮기는 등 중국에 끌려다니는 듯한 나약한 모습을 보인 것은 부담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6자회담 재개에 매달리기 보다는 확고한 대북 응징 의지를 보이는 것이 오바마 대통령의 유약한 모습을 떨쳐버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을 수 있다.

이날 회견에서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미국은 미.중간 군사적인 대화를 하는 것이 양국의 이해에 부합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물론 중국에 우려할만한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고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과 손잡고 ‘북한 때리기’에 나설 경우 중국이 ‘한국 때리기’에 나설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안보 전문가는 “한국이 중국과의 교역 의존도가 상당한 상황에서 미국 일변도의 외교정책을 펴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며 “중국이 우회적으로 한국을 골탕먹이려 든다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뒤통수를 세게 맞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평했다.

실제로 중국 당국자들의 한국 정부에 대한 불편한 기류가 심상치 않은 수준에 달했고, 한국의 모 대기업의 중국 투자가 예전과 달리 특별한 사유 없이 중국 정부에 의해 보류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오고 있다.

그러나 지난 5월말 미.중 전략대화(5.24-25)를 통해 천안함 사건의 처리와 6자회담 재개에 대한 대략적인 합의를 이룬 미.중이 다시 대립 국면으로 들어가 봐야 득이 될 것 없다는 점에서 미국의 이같은 대북 강경 태도는 일시적이거나 표면적인 제스쳐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있다.

6자회담 앞둔 전형적인 ‘샅바싸움’

미국의 대북 강경태도는 6자회담 입구로 들어가기 위한 ‘샅바 싸움’에서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전술이라는 평가가 이같은 배경에서 나오고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은 오바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인공위성 발사와 2차 핵실험을 단행했고, 영변핵시설 불능화를 되돌리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6자회담이 재개되는 조건에 대해 미국은 2008년 오바마 정부 등장 전의 불능화 조치 상황으로 북한이 원상복구해야 한다는 주장이고 북한은 이미 진전된 핵무장 결과를 미국이 인정한 토대에서 협상이 시작돼야 한다는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클린턴 장관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라고 분명히 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의지를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이미 영변시설 ‘불능화’(disabling)를 철회한 북측에 ‘되돌릴 수 없는’(irreversible) 비핵화 의지를 보여 달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특히 클린턴 장관의 발언 중 “도발 행동을 중단하고 위협과 호전적인 행동 중단한다면, 그리고 비확산 의지를 충족시키기 위해 국제법을 준수하고 되돌릴 수 없는 조치를 취한다면 이런 것은 더 새로운 문을 열 것”이라는 대목에서 ‘비확산 의지’를 언급한 점도 주목된다. 물론 미국은 북핵 정책 기조가 ‘비핵화’임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이미 핵실험을 두 차례나 한 북한에 대해 ‘비확산’이 더 발등에 떨어진 불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도 사실이다.

5월말 미.중 전략대화에 이어 북미간 접촉을 통해 ‘천안함 국면’ 출구로서 6자회담에 합의한 미국이 6자회담 입구에서 북측에 더 높은 요구조건을 제시함으로써 북측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샅바싸움’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데에는 이같은 상황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국내에서는 국면 전환을 원하는 정서가 있지만 외교는 그렇지 않고 천안함 사건은 국제적 사안"이라며 "지금 국면은 역시 천안함 관련된 일이 아직도 진행중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고위 당국자는 "안보리에서 강한 제재가 나왔거나, 북한이 태도를 바꾸거나 중국이 적극적으로 우리를 도왔으면 긍정적 영향을 줘 일방조치의 필요성이 좀 덜 했을 것"이라며 "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의 태도로 보아 지금 6자회담에 가봐야 어떻게 될 지가 보인다"고 6자회담 재개에 부정적 입장임을 설명했다. 

한국과 미국, 숨겨진 ‘빅딜’ 있나?

미국의 대북정책 장단 맞추기와 수위 높이기에 대한 실용적 관전평 중의 하나는 이른바 ‘빅딜설’이다. 한국이 미국 정부가 원하는 ‘큰 건’을 받아주는 조건으로 미국은 한국의 대북정책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이른바 ‘빅딜’(Big Deal)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클린턴 장관은 이날 회견 모두발언을 통해 “한국이 평화유지 활동으로 레바논과 아프간에서의 노력에 감사드린다”면서 한미FTA에 대해 자세히 언급했다. “미국의 자동차, 쇠고기 부문에서 생산자와 근로자에게 공평한 시장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천안함 사건의 처리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한미FTA와 관련 자동차와 쇠고기 분야에서 대폭 양보했다는 설이 파다하게 나돌았고, MD 참여와 아프간 파병 문제도 거론된 바 있다. 당장 대잠수함 작전 능력 향상을 위한 무기체계 구입은 곧바로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

한 대북 전문가는 “아프간 파병부대의 성격이나 규모가 달라질 수 있고, 주한미군 관련 기지이전이나 주둔비용 분담액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같은 한.미간 ‘빅딜’이 물밑에서 이뤄졌다면 외교부나 국방부 차원을 넘어선 정권 핵심 사이의 교감과 거래로 이뤄졌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외교부 당국자가 예상한 것보다 더 전격적인 미국의 입장 표명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일 것이라는 해석이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불신감 대단하다”

다른 한편에서는 북한 체제와 지도자에 대한 미국의 실망감이나 정보판단 때문이라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클린턴 장관은 북한에게 호전 행위로 ‘대가’를 치르든지 변화를 통해 ‘새로운 문(길)’을 찾든지 선택할 것을 촉구했고, 특히 게이츠 장관은 이례적으로 “북한 승계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어쩌면 도발 행위가 있을 수도 있다”고까지 말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기자의 입장에서는 흥미로울 수 있겠지만 기자의 관련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라고 의미를 축소하고 "클래퍼 DNI(미 국가정보국) 국장의 의회청문회 증언 내용에 호응하거나 같은 시각을 내비친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른 한 당국자는 “북한이 너무 잘못 하니까, 미국이 북한에 대한 불신이 대단하다”고 진단하고 “그만큼 북한이 우습게 보인 것”이라고 평했다. 

일각에서는 한.미 국방장관이 나란히 ‘북한 승계 계획’이나 ‘북한 급변사태’를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한미 정부가 북한에 대한 알려지지 않은 정보를 토대로 입을 맞춘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클린턴 장관은 이번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의의 후속조치로 로버트 아인혼 미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이 한국을 방문해 대북 제재 문제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도 21일(현지시간) 내부적 법적절차를 거쳐 2주일 내로 대북제재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미국의 대북 제재조치가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 ‘새로운 문(길)’에 들어 설 수 있게 할 것인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한국전쟁 정전 이래 미국은 수십 년 동안 대북 제재조치를 취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변화를 끌어내기는커녕 북한의 핵무장만 키워왔고 효과적인 대북제재 카드가 거의 없다는 점이 고민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과 미국 정부가 '유엔서 뺨맞고 북한에게 화풀이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지 않으려면 지난 9일 유엔 안보리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천안함 관련 의장성명이 "안보리는 한국 정전협정의 완전한 준수를 촉구하고, 분쟁을 회피하고 상황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적절한 경로를 통해 직접 대화와 협상을 가급적 조속히 재개하기 위해 평화적 수단으로 한반도의 현안들을 해결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는 사실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보강, 1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