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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100일...북, “2차 핵실험” 경고

‘부시식 대북정책’ 지속에 대한 압박 의미로 해석돼

정지영 기자
오바마 미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은 29일, 북이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초강경 성명을 내놓았다.

북 외무성은 이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즉시 사죄하지 않는 경우 우리는 공화국의 최고이익을 지키기 위하여 부득불 추가적인 자위적 조치들을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여기에는 핵 시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들이 포함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경수로 발전소 건설을 결정하고 그 첫 공정으로서 핵 연료를 자체로 생산보장하기 위한 기술개발을 지체없이 시작할 것”이라고 말해, 우라늄 농축 기술개발에 들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북은 이같은 조치를 취하게 된 이유와 관련, “유엔 안보리가 더 이상 미국의 강권과 전횡의 도구로 농락당하지 않고 유엔 성원국들의 신뢰를 회복하여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할 자기의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길은 이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북은 또 “지난 수십 년간 적대 세력의 갖은 제재와 봉쇄 속에서 살아온 우리에게 이따위 제재가 절대로 통할 리 없다”며 “엄중한 것은 유엔 안보리가 미국의 책동에 추종하여 주권 국가의 자주권을 난폭하게 침해하고도 모자라 이제는 우리 공화국의 최고 이익인 나라와 민족의 안전을 직접 침해하는 길에 들어섰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북, 오바마 행정부에 선택 강요

이번 외무성의 성명은 UN의 ‘제재’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고 있지만, 그 속내는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경고로 읽힌다.

북은 성명 곳곳에서 “유엔 안보리가 미국의 책동에 추종”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고, UN을 “조선정전협정의 법률적 당사자”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 동안 북이 정전협상의 ‘실제’ 당사자를 미국으로 간주해 온 만큼 이 메시지들이 오바마 행정부를 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북이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 100일이 되는 29일을 선택한 것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실어준다. 보통 미국의 새 행정부는 출범 100일을 계기로 자신의 정책을 본격화한다고 알려져 왔다.

그렇다면 지난 4월5일의 북의 인공위성 발사는 ‘응수타진’으로 볼 수 있다. 즉 국제법적으로 합법성이 인정되는 인공위성 발사를 통해 미국의 태도가 어떠한지를 시험했다는 의미다. 미국은 곧바로 UN안보리 소집과 의장성명으로 대응했는데, 실제 북에 대한 제재의 효과는 거의 없다고 하더라도 북은 이를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부시 행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메시지로 이해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 동안 북의 외교원칙이 ‘강경에는 초강경으로 대응’한다는 것이었음을 고려할 때 북의 이번 ‘핵실험-미사일 발사’ 천명은 따라서 예고된 측면이 있다. 물론 북이 일단 ‘초강경’ 대응을 시작한 이상, 6자회담 수준의 거래를 뛰어넘는 ‘새판 짜기’를 의도한 것일 수도 있다.

문제는 아직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아프간과 이라크 문제, 그리고 경제위기 대응에 힘이 쏠리면서 아직 대북 라인 인선조차 끝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 안 그래도 돼지 인플루엔자에 주요 정무직 인선 등으로 내홍을 겪어온 오마바 행정부로서는 또 하나의 힘겨운 상대와 힘겨루기를 해야할 어려운 처지에 놓인 셈이다.

인공위성 발사 둘러싼 북-미 갈등 일지



▲2.24 =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대변인 “시험통신위성 발사 준비중”
▲3.9 = 북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평화적 위성에 대한 요격은 곧 전쟁”
▲3.12 = 북, 4월 4∼8일 사이에 ‘광명성 2호’를 발사하겠다고 국제기구에 통보
▲3.24 = 북 외무성 대변인, “6자회담은 더 존재할 기초도 의의도 없어지게 된다”고 경고.
▲3.26 = 북 외무성 대변인, “안보리 논의는 난폭한 적대행위”
▲3.30 = 북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남 정부의 PSI 전면 참여는 대북 “선전포고”
▲4.2 = 북 인민군 총참모부, “사소한 요격 움직임에도 보복”이라고 거듭 경고
▲4.5 = 북,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에서 인공위성 발사.
▲4.13 = 유엔 안보리, 북의 로켓발사를 비난하는 의장성명 채택
▲4.14 = 북 외무성, 6자회담 거부 선언. 핵 시설 원상복구 천명
▲4.14 = 북, 영변에서 미국의 핵 전문가들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모니터 요원 추방령.
▲4.25 = 북, 시험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폐연료봉들을 재처리하는 작업 시작
▲4.24 = 유엔 안보리, 제재대상 북한 기업 3곳 선정
▲4.24 = 북 박덕훈 유엔 차석대사 “안보리에서 어떤 결정이 나오든 철저히 배격”
▲4.29 = 북 외무성 대변인, “추가적인 자위적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며 “여기에는 핵시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시험들이 포함될 것”이라고 성명. 또 “경수로 발전소 건설을 결정하고, 그 첫 공정으로서 핵연료를 자체로 생산보장하기 위한 기술개발을 지체없이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