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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들러리 서 가는 것 죄 짓는 것 아니냐"
평통 대전중구協 사퇴한 남재영 목사 "자문 의미 없다"
2009년 03월 04일 (수) 19:18:13 박현범 기자 http://onecorea615.cafe24.com/xe/tongilnews/mailto.html?mail=cooldog893@tongilnews.com
"저는 이미 인수위시절부터 통일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이명박 정부의 평화통일정책에 당혹감과 우려를 가졌습니다만 그래도 통일부가 다시 존치되면서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희망조차도 접고자 합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대전중구협의회 회장을 맡았던 남재영 빈들감리교회 목사가 4일 회장직을 자진사퇴하면서 소속 협의회 자문위원에게 전한 '사퇴의 변'에서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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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며 사퇴한 남재영 목사.[사진제공-남재영 목사]
남 목사는 이 글에서 "남북관계에서 지금 이명박 정부는 차마 가서는 안 될 길을 가고 있음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이 제가 사퇴를 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고 대통령에게 통일정책에 대한 자문역할을 해야 하는 대통령 직속 헌법기구의 일원으로서 자책했다.

남 목사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본격적으로 가동한 비핵개방3000이라는 대북프로그램은 결과적으로 남북관계를 파탄에 빠뜨렸고, 평화를 대결로 다시 환원시켜버린 과오를 범해왔다"고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서고 난 다음 지난 한 해 동안 정부차원에서 북한의 인민들을 구휼하기 위해 식량과 비료지원이 '전무'했다는 기사를 접하면서 이 정부의 민주평통자문위원으로 있다는 사실이 민족의 역사에 한없이 부끄럽고 죄스러웠다"고 한탄했다.

평통 지역협의회 회장의 임기는 2년으로,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13기 대전중구협의회 회장에 임명된 남 목사는 올 7월 1일 14기로 연임이 가능했다. 그러나 남 목사는 이명박 정부는 물론, 대통령이 옳바른 통일정책을 펼 수 있도록 자문해야 할 평통이 변할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았다. 심규상 간사를 비롯한 김제선, 김영화, 문창기 자문위원 등 소속 위원 4명도 남 회장과 뜻을 같이해 동반 사퇴했다. 

남 목사는 이날 <통일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민주평통 자체가 남북 평화통일을 위해서 있어야 하는데 바뀔 것 같지가 않아 이렇게 가는 게 무의미 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면에선 이렇게 들러리를 서 가는 것이 우리 민족의 입장에서 굉장히 죄를 짓는 것 아니냐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이렇게라도 해서 정부가 다시 한 번 재고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고 말했다.

특히 남 목사는 노무현 정부 때와 달리 평통 사무처가 지역협의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앙 사무처 기조 자체가 지역에서 모든 것을 사무처와 협의해서 일을 하게 하는데, 협의라는 게 때로는 부담을 갖게 만드는 것도 있었다"고 말했다.

단적인 사례가 지역협의회에서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하는 통일 관련 홍보.교양 사업인 '시민교실'의 강사섭외 간섭 문제다. 남 목사는 지난해 4월 개최한 한 행사에서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을 강사로 섭외했다가 "중앙에서 추천하는 사람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전화연락을 받고 교체했었던 사례를 털어놓았다.

다음은 남 목사와의 일문일답이다.

□ <통일뉴스> : 6월말이면 임기가 끝나는데. 연임도 할 수 있지 않나?

■ 남재영 목사 : 우리가 자문위원이 될 때가 분단 이후 제일 남북의 화해협력 무드가 고조됐을 때다. 남북관계가 가장 좋았을 때 들어와서 어떻게 보면 최근 최악의 상태가 됐는데, 이게 내부적으로 안에서 헌법 자문기구니까 일정 부분 이명박 정부의 통일정책이나 이런 부분에서 남북화해로 가야 한다는 자문이나 정책을 해 왔지만, 이것 자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계속 남북관계는 어떻게 됐든 대결구도로 가서 이제는 거의 교전상태가 이야기 되는, 현실화 될 것 같은 이런 분위기로 와 있는 상황에서 일정 부분 우리가 대통령한테 자문한 것도 있고. 또 하나는 민주평통 자문위원회 자체가 실제로 남북 평화통일을 위해서 있어야 하는데 이런 기조가 바뀔 것 같지가 않을 것 같기에, 이렇게 가는 게 무의미 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면에선 이렇게 들러리를 서 가는 것이 우리 민족의 입장에서 굉장히 좀 죄 짓는 것 아니냐하는 생각도 들고. 어떻게 보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이렇게라도 해서 정부가 다시 한 번 재고 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 노무현 정부 때부터 지역협의회 회장을 했는데, 민주평통의 운영이나 기류가 변한 게 있나?

■ 이전 정부는 지역협의회의 자율성을 전혀 터치(간섭)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고 난 다음에 중앙 사무처 기조 자체가 지역에서 모든 것을 사무처와 협의해서 일을 하게 하는데, 협의라는 게 때로는 부담을 갖게 만드는 것도 있었다.

□ 구체적으로 사례를 든다면?

■ '시민교실' 행사를 할 때 간사 선정 부분은 과거에는 지역협의회가 자율적으로 강사를 썼는데, 사무처에서 강사의 리스트를 만들어서 가능한 그런 범위에서 하라든지. 강제적인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지역에서 사실 일 하시는 분들이 부담이 된다. 저희야 개의치 않았지만.

섭외한 강사조차도 이런 것들로 바꾼 경우도 있다. 다른 단체랑 공동으로 주관했는데,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을 강사로 섭외해 놓고, 결국은 바꿔야 했다. (강사 교체를)지침으로 공식화해서 온 것은 아니고 전화로 이야기를 했었고, 그때까지만 해도 강사군에 대한 리스트는 없었다. 아무래도 코드가 맞는 강사들을 중앙사무처에서 써주기를 바랐던 것이고, 그러고 난 다음에는 이명박 정부와 코드가 맞는 강사들로 하게 하는 일종의...

□ 당시 전화로 뭐라고 하던가?

■ "중앙에서 추천하는 사람으로 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면서 사퇴했는데. 무엇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나?

■ 이명박 정부의 통일정책은 들어서면서부터 통일부를 없애겠다는 입장을 발표했고, 지난 시기 6.15, 10.4선언에서 남북간 합의된 사안을 정부가 바뀌더라도, 어떻게 보면 그대로 이행하는 것이 민족의 관점에서 평화통일의 관점에서 볼 때 유효한 것이고, 또 성과를 전진시켜야 될 이후 계승하고 전진해야 될 책임이 있는 정부가 오히려 남북화해 기조를 없애버리고 대결국면에 서게 된 것이라는 것이 결정적 문제라고 생각이 든다.

최근에 언론보도에서 확인이 된 것처럼 지난해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북한의 인민을 구휼하기 위한 인도적 지원이 전무했다. 이런 부분들을 상기해도, 목사라서 그런 생각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민족의 가난한 국민에 대한 도의가 아니지 않나? 우리가 나눌 수 있어야 민족의 도리인데 그런 부분에서 우리가 좀 인간애적으로 얘기를 해도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이 들고.

경제위기가 닥쳤는데, 중국 베트남 보다 훨씬 더 북한에 투자하는 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더라도 효과적이다. 해주도 정부가 합의를 했고, 신의주 쪽에 경제협력벨트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데 그런 식으로 세계경제 위기를 타개해 나갈 수 있지 않겠나?

미국에서 북한과 수교를 하고 봉쇄하고 있는 부분을 풀어줘야 하는데, 그렇게 해서 우리가 남북경협하면 세계시장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고 남북이 고속 성장하는 길이 있는데. 정부가 실용주의를 표방하는데, 실용주의 관점에서 봐도 맞지가 않다. 이런 부분이 민족전체 이익보다는 캐캐묵은 구태한 이념에 사로잡혀서 남북관계를 파행으로 몰고, 질곡으로 가져가는 것이 안타깝고 속상하기도 하고.

한.미동맹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잘 우호적으로 가고 있는데 굳이 한.미동맹을 지나치게 강조해 북한을 자극해서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는 그런 아마추어적인, 미숙한 부분에 대한 자기변화가 없다. 이번에 통일부 장관 임명 과정에도 북한의 반발이 있었다. 인수위 시절 통일부를 없애자고 했고, 비핵개방3000을 입안한 사람이고, 북한을 기본적으로 대결구도로 보는 사람을 임명하니 북한에서는 어필을 했을 것이다.

북한을 대화의 상대로 하고 (대북정책을) 한다면 일방적으로 북한을 끌고 가는 관계가 아니고 대화를 해서 민족의 이익을 위해서 협력해야 한다면, 서로간의 입장을 존중해 주는 것도 대화의 기술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 민주평통에 대해선?

■ 지난 1년의 남북관계는 2-30년 전으로 퇴행한 참담한 결과를 갖고 있다. 과거 민주평통이 처음 권력의 거수기로 만들어진 것 아닌가? 민주평통으로 이름이 바뀌고 나서도 민주평통 위원들이 민족의 이익에 반하고 권력의 들러리를 섰던 과거 부끄러운 경험이 있다. 그런 경험을 되짚어 볼 때 남북관계가 이 지경에, 다시 한 번 될 것을 기대하는 것이야말로 민족에 대한 죄악이다. 사실은 많은 고심을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