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을 말하는 사람들

 

이주현(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흐르는 강을 막는 공사를 하면서 강을 살리는 사업이라 하는 게 말이 되는가. 한 지도자의 고집과 5년짜리 정권에 능욕당하는 조국의 강산을 바라보면 가슴이 시리다. 그 속에는 백을 흑이라 우기는 억지가 도사리고 죽임을 살림으로 둔갑시키는 무지와 권력을 위임해준 국민에 대한 무시를 넘어선 폭력이 보인다. 어디 그 뿐인가 요즘 정계를 뒤흔들고 있는 ‘큰집’사건과 ‘사찰외압’을 둘러 싼 진실공방은 정상적인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지만 백주대로에 펼쳐지고 있다. 언론을 권력의 입맛대로 길들이려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에서 ‘조인트’ 사건이 터졌고 ‘큰집’논란으로 이어졌다. 당사자가 사퇴까지 했지만 의혹 해소를 위한 움직임은 없다. 생명과 존재의 의미, 그리고 삶의 가치문제를 다루는 신성한 종교계까지 장악하려는 오만은 어디서 비롯된 것이며, 그 끝은 어딜까? 정말 궁금해서 환장을 할 지경이다.

‘사찰외압’사건에 개입한 여당의 원내대표라는 분이 감히 40여년 수행을 거친 스님한테 거짓말 한다고 대드는 모습을 어떻게 봐야 할까? 물론, 40년 수행하신 선승이라도 완벽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어느 국민한테라도 질문해 보시라. 누가 거짓을 말하는지.. 누가 봐도 뻔 한 거짓말을 단순히 정치적인 수사로 보아 넘길 순 없는 일이다. 이제 그들에게 보낼 분노 조차 고갈된 상태에서 짙게 드리운 어둠의 세력을 본다는 것은 종교인으로 정말 참기 힘든 고통이다.

이런 억지와 무지로 점철된 정부에서 지난 수년간 준비해온 “북한인권법”안을 국회에 내밀었다. 지난 2월 11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통과했으나 곧 이어진 법제사법위원회 상정은 실패했다. 다행스런 일이다. 북한 인권, 물론 문제가 많다. 인권은 천부적인 권리로 누구도 예외가 없다. 그런 면에서 “굶주림, 정치범수용소 운영, 단심제로 집행되는 처형제도, 엄격한 주민들에 대한 통제” 등으로 일컬어지는 북한 인권 문제는 당연히 시정되어야 할 문제들이다. 하여 이러한 문제는 진보진영이나 ‘북한인권법’에 대하여 법제사법위원회 상정을 반대한 야당의원들도 부정하지 않는 문제들이다. 문제는 그런 북한 인권을 말하는 사람들의 자세이다. 이 자세는 진정성의 문제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이다.

북한의 인권 문제 속에는 그런 문제들이 존재한다. 북한의 인권을 말하는 사람들의 진정성에 도무지 동의가 되질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이다. 외형적으로 주장하는 바는 누구나 동의해야 할 인권에 대한 초보적인 내용들이다. 문제는 그러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개인이나 단체들의 의도다. 겉으로는 북한의 인권을 걱정하는 듯하지만, 사실 그들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북한 체제의 와해와 사상 개조가 아닌가. 북한의 체제에 대한 극심한 반발에서 비롯된 북한인권법이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를 개선시키거나 신장시킨다는 일은 어불성설이다. 체제 수호를 국가적 존망의 문제로 인식하는 북한 당국의 통제만 강화시킬 뿐이다. 하여 선언 수준에서 끝이 나거나, ‘삐라 살포’와 같은 저급한 수준의 대북단체 활동을 지원하게 될 북한인권법은 당연히 반민족, 반통일법이라는 지탄을 받을만하다.

보수진영에서는 유엔결의안과 ‘북한인권법’을 제정한 유럽과 미국 일본의 예를 든다. 유엔에서는 2005년 이후 매년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해 왔지만 북한의 인권이 개선되거나 진전되었다는 말은 듣질 못했다. 이는 선언적인 의미 외 별 효력을 발생시키지 못하는 죽은 법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그럼에도 매년 이러한 일을 되풀이하는 것은 북한의 인권을 개선시키려는 의도보다는 또 다른 의도가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 아닌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침공이 이루어지기 직전, 이들 나라에 대한 인권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진 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얼마 전 언론인이라고 하기엔 탐탁지 않은 유명 보수논객의 “2012년까지 북한 정권 무너뜨리기 대전략”이란 글을 본 적 있다. 7항목의 전략들 모두 하나같이 섬뜩한 내용들이다. 그 중 2항은 이렇다.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해야 한다. 남북한의 반역좌익 세력으로부터 체제를 지켜내는 사이에 우리가 가진 무기인 돈과 인권과 정보를 북한정권 안으로 들여보내 그곳의 시장세력을 지원하여 이들이 민주화 세력으로 변하고 그리하여 내부로부터, 밑으로부터 김정일 정권이 무너지게 해야 한다.”

인권을 무기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어찌했든 그들의 거침없는 의도를 밝혀준 건 고마운 일이지만 문제는 동포들의 인권문제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보이질 않는다. 정말 동포에 대한 쓰리고 아픈 마음을 갖고 있다면, 그런 허접한 ‘북한인권법’을 만들 리 없다. 하루 35명씩 자살하는 인권 후진국에 살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