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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처한 통일운동,
남북 가로막은 '명박산성' 넘을 수 있을까
<신년기획①> 통일운동진영의 현주소... 대안 마련에 '고심'
2009년 01월 20일 (화) 16:18:14 정명진/고성진 기자 tongil@tongilnews.com

2009년 새해가 밝았지만, 이명박 대통령 집권 2년차에 대한 어두운 전망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통일뉴스>는 신년을 맞아 통일운동단체, 대북지원단체를 비롯한 여러 단체 실무자들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모아봤습니다. 이들의 목소리를 통한 각 운동진영의 현주소를 조명했습니다. <신년기획>은 ①통일운동진영의 현주소 ②대북지원단체의 고민과 대응 ③방담-시민.사회.네티즌의 소통 ④르포-미군훈련장 확장으로 고통 받는 무건리 주민들 순으로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 지난해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8.15 대회'  [자료사진-통일뉴스]

통일운동 역사상 위기가 아닌 적은 없었다. 노태우, 김영삼 정권 때는 무자비한 탄압에 맞서야 했고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선 당국이 통일 이슈를 주도하자 민간 통일운동 진영은 제역할 찾기에 부심했다.

이명박 집권 2년차, 2009년을 맞는 통일운동진영은 안팎의 위기가 겹치면서 상황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 집회 한 번에 수만 명을 동원할 수 있었던 90년대는 그나마 나았다. 정권의 탄압은 10년 전으로 되돌아갔지만 통일운동진영의 역량은 쪼그라든 상태다.

통일운동은 '위축', MB의 남북관계 역주행은 '가속'

한 통일운동단체 간부는 이같은 상황에 대해 "저수지가 말라 있는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이명박 정부의 '반통일 정책' 광풍이 거세게 몰아쳤던 지난해에는 제대로 된 대중집회 한번 열지 못했다. 고작해야 단발적인 기자회견이나 소규모 집회에 그쳤다.

통일운동진영이 내부적으로 위축된 반면, 이명박 정부는 남북관계 역주행에는 가속도가 붙고 있다. 급기야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으로 남북관계가 군사적 충돌 가능성까지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는 북한이 줄곧 비난해왔던 '비핵개방3000'정책 입안을 주도한 현인택 교수를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했다.

특히 현인택 통일부 장관 내정을 두고 시민사회단체는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우려와 비난을 쏟아 내고 있지만 대응방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다.

   
▲이명박 대통령 집권 1년 만에 남북관계는 '올스톱' 됐다. [자료사진-통일뉴스]

지난해 북한의 '12.1'조치를 앞두고 최악의 상황은 막자며 시민사회진영 원로들이 제안한 '시국회의'도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보수층 인사까지 포함시키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지만 보수인사들은 현 상황에서 진보인사들과 한 틀로 묶이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이승환 민화협 집행위원장은 이같이 설명하면서 "내부적으로 첫 출발보다 동력이 떨어진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명박 정부의 남북관계 역주행을 막기 위한 대중운동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상층 여론을 주도할 수 있는 틀마저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정부는 통일운동 단체인 실천연대를 이적단체로 사법처리했지만 통일운동진영이 반격다운 반격을 가하지 못했고, 올해도 국가보안법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공안정국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큰 부담이다.

'6.15남측위' 역할론?
"양 당국이 전혀 생각이 없는데..." 현실론에 부딪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 원로 인사들이 보수층을 아우르는 폭넓은 범위의 '시국회의'를 제안했던 것도 이명박 정권 하에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6.15남측위) 만으로는 정치적 대응력이 부족하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도 남북해외 민간통일운동기구인 '6.15공동위'에 거는 기대는 여전히 높다.

'6.15남측위' 공동집행위원장은 맡고 있는 한국진보연대 한충목 공동운영위원장은 "6.15남측위'는 통일운동기구로 역할하도록 강화해야 한다"면서 "행사 중심보다는 6.15, 10.4 선언을 지지.이행하기 위한 범국민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2005년의 사례처럼 올해 9주년인 6.15남북공동행사를 통해 꽉 막힌 당국관계를 민간이 앞장서서 풀어야 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명박 정부가 방북을 막으면 이를 계기로 싸워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충목 위원장과 함께 '6.15남측위'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승환 민화협 집행위원장의 전망은 조금 다르다. 그는 "어떤 일이 있어도 9주년 행사는 반드시 해야 하고, 내년 10주년을 전민족적으로 하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2005년 당국과 민간이 역할분담한 때와 지금은 다르다. 양 당국이 전혀 생각이 없는데"라며 현실론을 펼쳤다.

'6.15남측위'가 대중운동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에 대해서도 이승환 집행위원장은 "MB는 6.15남측위를 좌익단체 보는 듯하다"며 "6.15남측위가 대중운동 중심에 서면 MB도 그렇고, 여론도 안 좋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정부와 힘 대결 해야 할 때. 그러나..."
역량도 조직체계도 제대로 구비되어 있지 않아

   
▲ 지난해 6.15 대회 선별불허 통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 [통일뉴스 자료사진]

이명박 정권 집권 1년 만에 남북관계가 파탄나고 80,90년대식 공안탄압이 횡횡하면서 '지난해 통일운동진영이 무기력했다'는 평가와 함께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통일운동단체 사이에 퍼지고 있다.

이경원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은 "이명박 정권과 통일정책을 놓고 힘 대결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자주통일세력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 대결책동을 저지하기 위해 집회, 기동 타격전 등 실질적인 싸움을 해야 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그 역시도 "싸울 건 싸워야 하지만 태세를 갖출 수 있느냐가 문제"라며 "내부적으로 결속력을 강화하고 준비태세가 안 되면 정권의 폭압에 와해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명박 정부의 반통일 정책을 어떤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하지만 자체 역량은 여전히 약화되어 있고, 조직체계도 제대로 꾸려지지 않은 것이 통일운동진영의 현주소다.

특히, 2007년 9월 '단일전선체'를 표방하며 출범한 한국진보연대의 자주통일위원회 연석회의가 기존 '통일연대' 중심으로 발전해 온 전국적인 통일운동 연대체계를 제대로 계승하고 있지 못하다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자주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진보연대로 오면서 통일운동역량이 약화되고 투쟁성이 분산된 측면이 있다"고 이같은 평가를 인정하면서 "이 역량을 어떻게 모아낼 지 시스템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단 진보연대는 반전평화위원회, 자주통일위원회 연석회의 방식으로 운영되는 조직구조를 확대 개편하는 등 '자주통일운동 강화 방침'을 상반기 중에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외연확대' 보다는 전국의 지역과 부분의 '주체역량 강화'에 방점을 찍고 '통일운동 역량 복원'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위원장은 "전국적으로 통일운동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양, 조직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며 "주체역량강화 사업을 부단히 노력해서, 특별한 사안이 발생하면 강력한 투쟁이 전개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9년 통일운동 '체질개선을 위한 외연확대' 시급

   
▲ 지난해 통일운동진영에서도 촛불집회에 적극 참여했다. [자료사진-통일뉴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통일운동의 '주체역량 강화'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통일운동진영의 '체질개선을 통한 외연확대'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조직과 부문의 주체역량을 강화하더라도 이미 위축되어 있는 자주통일세력만으로 이명박 정부와 힘겨루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때문에 각계각층이 결집하고 있는 '촛불운동', 즉 '반이명박전선'에 통일운동세력도 적극 결합해야 한다는 데는 다들 이견이 없다.

문제는 민생 중심으로 표출되는 촛불에 통일운동세력이 어떻게 녹아 들어가느냐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통일문제를 민중들의 생활문제와 결합시키고 '웹2.0시대'의 소통방식을 배우는 등 통일운동의 체질개선이 필요하다.

이승호 한국청년단체협의회(한청) 의장은 "남측 민중들의 아픔, 관심, 지향을 통일에 접목시킬 수 있어야 한다"며 한청 차원에서는 통일운동을 청년들의 고용 문제, 경제 문제에 결합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승환 민화협 집행위원장도 "올해는 그동안 소진된 통일운동의 철학과 담론을 재충전하는 것이 관건"이라면서 "통일운동도 내재화된 냉전유산을 극복하고 환경, 여성, 평화 등 새로운 운동 속에 결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한국진보연대가 진행하는 연대사업에 진정성이 없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연대는 한쪽이 원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상대측이 응할 수 있도록 '자신'이 먼저 변해야 한다. 무엇보다 최소한의 것만 남겨두고 헌신할 수 있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2009년 통일운동은 촛불을 등에 업고 남북관계를 가로막고 있는 '명박산성'을 넘을 수 있을까. 통일운동세력이 '체질개선'에 실패하면 지난해처럼 '촛불집회' 따로 하고 '남북문제 집회' 따로 하는 현상을 올해도 반복할 수밖에 없다.

반통일 정책을 펴는 정부에 강력히 맞서면서도 최대한 폭넓은 연대를 실현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 앞에서 지난 10년간 화해협력 정부 하에서 길들여진 체제내적 안주의 틀을 깨고 '명박산성'을 넘어서는 새로운 결단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통일뉴스>는 신년 기획으로 통일운동단체 주요 책임자를 만나 지난해 평가와 올해 계획을 들어봤다. 다들 1,2월 총회를 남겨두고 있어 사업계획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들의 발언을 바탕으로 지난해 평가와 올해 사업방향과 흐름을 정리해 봤다.

◎ 한국진보연대 한충목 자주통일위원회 위원장

   

촛불로 달궈진 상태에서 다른 것을 할 겨를 없이 촛불 속에서 녹여내야 했던 한계가 있다. 하나하나 이슈를 구체적인 투쟁으로 성과 있게 진행하지는 못했지만 MB의 비핵개방3000이라는 정책을 사실상 무력화 시킨 것은 중요한 성과로 꼽을 수 있다.

2월 총회에서 제2기 한국진보연대를 준비하면서 새로운 지도, 집행부를 고민하고 있다. 민생민주 투쟁에 자주통일 투쟁을 결합하도록 할 것이다. 각 부문과 지역의 역량과 주체를 세우고 전국적인 역량을 모아내서 6.15, 10.4 지지 이행, 반전평화 투쟁, 미군 없는 평화협정 등을 전면적으로 벌일 것이다.

주체역량강화사업을 부단히 노력해서, 여러 계기나 특별한 사안이 발생하면 강력한 투쟁이 전개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통일연대 역량에서 소실된 부분을 모아낼 수 있는 시스템은 고민 중이다.

◎ 민화협 이승환 집행위원장

   

민화협은 지난 1년간 한 일이 별로 없다. 6.15, 10.4를 지키고 이 정신이 사라지지 않도록 한 측면에서 보존하고 최소한의 노력을 했다. 작년은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해였고, 변화된 환경 속에서 이를 다시 확인했다.

올해 계획은 첫째, 올해는 MB등장 이후 남북문제에 대한 사회적 갈등이 심해 최소한의 국민적 합의기준을 만들려고 한다. ‘남북관계 국민협약’과 같은 여야 공동제안을 만드는 것이 최선이다.

둘째, 경색된 남북관계를 푸는데 민화협도 적극 나서야 한다. 금강산 살리기 문제 등 남북관계를 변화시키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민화협도 조만간 대중적으로 움직일 것이다.

셋째, 오바마 정부가 들어서고 북미관계 발전을 남북관계가 가로 막는 양상에서, 한국시민운동이 대북.평화문제에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일본과 미국에 전달하는 것도 중요한 의미가 될 것이다. 국제네트워크 구축에 신경을 쓸 예정이다. 

◎ 이경원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

   

지난해 진보진영이 대응을 힘 있게 못했다. 6.15를 앞두고 촛불이 터지면서 거기로 역량을 전격 투입한 문제도 있었지만 기자회견이나 성명으로는 대응력이 약했다.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해결기미도 없다. 이 조건에서는 싸우는 것 방법 밖에 없다. 첫째 6.15, 10.4 고수투쟁에 뉴라이트 등 반통일 세력에 대한 타격, 국가보안법 투쟁을 결합할 것이다. 둘째, 북.미관계 정상화, 평화체제 보장 촉구. 셋째, 전쟁연습 저지 투쟁 등 한.미공조 전쟁책동 저지 등의 주제를 가지고 진행할 것이다.

◎ 평통사 유영재 정책실장  

   

지난해 평화협정체결 운동을 위해 추진위원 3,600명, 길잡이 12,000명을 모집하고 7.27행사를 자체적으로 진행했다. 큰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자체적으로 준비가 부족한 점도 있지만 정세 자체가 크게 진전되지 못한 점도 있다.

올해도 작년과 같이 평화협정 체결을 중심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 운동은 자주, 평화, 통일을 담보하고 열어가는 지금 시기의 전략적 고리다. 이 전략적 과제에 한.미동맹, 평화군축 사업 등 현안을 결합할 것이다. 반 이명박 투쟁도 매우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평통사도 적극적으로 책임있게 나서겠다.
 

◎ 실천연대 비대위 이재춘 집행위원장

   

2009년도 기조는 2010년 지방선거와 2012년 대통령.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자주적인 민주정부를 세울 수 있는 토대를 만들 수 있는 발전적인 방향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 퇴진 운동을 기본적으로 펼쳐나갈 것이며, 특히 6.15.10.4 선언 이행을 반드시 관철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또한 미군이 없는 한반도 평화체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주한미군 철수 투쟁을 벌여 나갈 것이다.

이에 따라 세 부문별 전담팀을 구성하는 방안도 논의 중에 있다. 지난 17일 총진군대회에서 2009년도 활동 목표와 방향에 대해 틀을 정하고, 1월 말 내부적인 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할 것이다.